“'바이든 날리면' 정정보도 내라“ 판결 나오자… MBC, 작심하고 뼈 있는 말 날렸다
2024-01-1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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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측 “1심 판결 바로잡겠다“
MBC가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 정정보도 판결에 항소하기로 했다.
MBC는 12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종전의 판례들과 배치되는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잘못된 1심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국가의 피해자 적격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2011년 판례와 '공권력의 행사자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2016년 대법원 판단과 배치된다"며 "외교부는 대통령 개인의 발언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를 할 정당한 법적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MBC 보도가 허위라는 점을 제대로 입증하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교부의 이번 소송은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실의 '날리면' 발언에 부동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밀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MBC 측은 "당시 대통령의 '욕설 보도'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은 결과가 아니었다. MBC 기자의 양심뿐 아니라 현장 전체 기자단의 집단지성의 결과물이었다"며 "MBC뿐 아니라 140여 개 다른 언론사들도 같은 판단에 따라 대통령 발언 논란을 보도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또 "‘희대의 소송’을 제기한 외교부 주장대로 국익이 훼손됐다면, 국격 실추의 책임은 발언의 당사자에게 있다"며 "MBC는 앞으로도 '언행의 품격'과 국민의 상식, 그리고 국민의 변함없는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정확하고 바른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2022년 12월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같은 해 9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고 MBC가 보도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다.
당시 대통령 일정에 동행한 MBC 취재진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를 대표해 풀(pool) 기자로 현장에 들어갔다가 이 발언을 들었고, 카메라에 담았다. 해당 발언이 담긴 영상은 추후 다른 언론사와 공유됐으며, MBC를 포함한 여러 언론은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을 뉴스로 다루면서 '바이든'이란 미국 대통령 이름을 자막에 달아 내보냈다.
그러나 대통령실 측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었다"라고 해명, MBC 등의 보도는 '오보'라고 주장했다. 자막을 수정하고, 정정보도를 할 것을 언론에 요구하기도 했다.
'최초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원인 제공자 취급을 받은 MBC는 이후 맹공격을 당했다. KBS, SBS 등 지상파 3사 메인뉴스에서 모두 '바이든'이란 자막이 나갔으나, 화살은 MBC에만 쏟아졌다. 일부 여당 의원은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보도'를 했다며 MBC 사장 퇴진까지 들먹였다.
상황은 일파만파 커졌고, 결국은 외교부까지 나섰다.
"MBC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우리나라에 대해 동맹국 내 부정적 여론이 퍼지고 우리 외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흔들리는 등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다"며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은 그해 10월 31일 MBC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조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언중위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MBC는 허위 보도가 아니라며 정정보도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외교부 측과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언중위는 이 일과 관련 '조정 불성립 결정'을 내렸다.
조정이 성립되지 않은 채로 절차가 종료되자, 외교부는 같은 해 12월 말 별도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길고 긴 과정 끝에 'MBC가 정정보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외교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뉴스데스크' 첫 방송 첫머리에 '윤석열 대통령의 글로벌펀드 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한 발언 관련 정정보도'를 제목으로 한 정정보도문을 한 차례 낭독하고 자막으로 표시하라고 주문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하루 100만 원씩을 외교부에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는지 여부가 기술적 분석을 통해서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MBC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며 "발언이 이뤄진 시각, 장소, 배경, 전후 맥락, 위 발언을 직접 들은 장관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하여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MBC가 보도의 근거로 삼은 자료는 신뢰할 수 없거나 그 증거가치가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기에 현저히 부족하다"며 해당 보도를 허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판결을 두고 "사실과 다른 MBC 보도를 바로잡고 우리 외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