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며 함께 바둑 뒀는데 일어나 보니 죽어 있더라… 난 안 죽였다”
2024-01-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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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20년 구형… 피고인 측 “살해동기가 아예 없는데 왜 죽이겠나”
처음 만나 함께 술을 마시며 바둑을 두던 남성을 살해해 징역 20년을 구형받은 60대 남성이 무죄를 주장하고 나섰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지난 11일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진재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60대 남성 A 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 씨는 지난해 7월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 자신의 집에서 이웃 남성 B 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건물에서 각각 혼자 살던 두 사람은 사건 당일 처음 만났다. 이들은 식당에서 소주 3병을 나눠 마시고 A 씨 집으로 옮겨 술을 마시며 바둑을 뒀다. 다음 날 A 씨는 B 씨가 가슴과 목 등 9곳이 찔린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고 2층 집주인에게 신고를 부탁했다.
당시 제주지검 수사기관은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는 이웃의 진술을 토대로 A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범행 시각은 7월 8일 밤 11시 40분으로 특정하고 흉기는 과도로 특정해 A 씨를 기소했다. 경찰은 A 씨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A 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잠에서 깨어나 보니 B 씨가 사망해 있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A 씨는 결심공판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B 씨가 죽어있었다. 너무 무서웠다. 핸드폰을 찾다가 (안 보여서) 주인집에 올라가 신고해달라고 했다”라며 “같이 술 먹은 사람이 죽어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A 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 자체가 없다. 식당에서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함께 술자리를 즐겼다. 피고인의 혐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현장에 있던 흉기에서 A 씨와 B 씨의 DNA를 검출했으며 A 씨의 옷에서도 B 씨의 DNA가 나온 점을 토대로 살인 혐의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을 확인할 수 없다. 피고인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상해치사죄로 수용된 적이 있는 데다 여러 차례 폭력 범죄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며 “자신의 범행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있기에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내려달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A 씨 집에 또 다른 누군가가 침입해 범행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 씨 선고 공판은 다음달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