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아동 학대 재판에서 "몰래 한 녹음, 증거 안된다"
2024-01-1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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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특수교사 고소 사건과 비슷한 점 있어
교사 발언을 몰래 녹음한 건 법적 증거로 쓰일 수 없게 됐다.
11일 대법원 1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A 교사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교사는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자신이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고 말하는 등 16차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학생의 어머니는 아동 학대를 의심해 아이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을 녹음했고, 이를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에서는 '몰래 한 녹취'가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 법원은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A 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며 “이 녹음 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 능력이 부정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이 이렇게 나오면서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사회적 관심이 쏠린 '주호민 사건'이 그 예다.
웹툰작가 주호민 부부는 발달장애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 B씨를 지난해 9월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주호민 아내가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수업 내용을 녹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27일 열린 4차 공판에서 약 4시간 분량의 녹취 파일 원본이 공개됐다.
5차 공판에서는 용인시청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C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교사에 의한 정서적 학대로 판단한 사안”이라며 “내용이 녹음된 5분 정도의 녹취록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해당 재판의 다음 기일은 오는 1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