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하다가 1년 만에 언어장애까지…2024 트렌드 '도파밍', 이렇게 위험합니다

2024-01-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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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붕괴하는 도파민 중독의 위험성

구독자 5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가 1년 전 갑자기 사라졌다가 최근 복귀한 이유가 도파민 중독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기고 있다. 그는 도파민 중독으로 언어 장애가 생긴 뒤 현재 재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멀쩡한 사람을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시키고 일상을 붕괴할 정도로 무서운 영향력을 가진 도파민 중독. 과연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을 의미할까.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합성 사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 MS Bing Image Creator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합성 사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 MS Bing Image Creator

'트렌드 코리아 2024'가 주목한 올해 키워드에 '도파밍'이 선정됐다. 도파밍이란 즐거움을 느낄 때 분비되는 '도파민' 호르몬과 수집한다는 뜻의 '파밍(Farming)'이 합쳐진 단어다. 즉 도파민을 추구하는 현상을 뜻한다.

트렌드 코리아는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가 매년 한국 사회의 소비 전망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담아내 출간하는 경영책이다. 2024년 키워드는 ▲분초사회 ▲호모 프롬포트 ▲육각형인간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도파밍 ▲요즘남편 없던아빠 ▲스핀오프 프로젝트 ▲디토소비 ▲리퀴드폴리탄 ▲돌봄경제 등이다.

그중에서도 도파밍은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요즘 젊은 사람 사이에서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도파민은 뇌세포의 흥분을 전달해 쾌락이나 즐거움 등과 같은 신호를 전달한다. 이 때문에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도파밍은 정신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도파민 중독'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과하게 분비되면 충동을 조절하는 뇌의 전두엽을 자극해 결국 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될 경우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중독이 도파민 중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런 도파민 중독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더 치명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로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증, ADHD 등 정신 건강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나친 도파민 분비는 강박증, 조현병 등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쾌락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만 자주 사용하다 보니 쓰지 않는 뇌 부위가 점점 퇴화하는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합성 사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 MS Bing Image Creator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합성 사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 MS Bing Image Creator

실제 구독자 5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1인2묘 가구'는 지난 1년간 소식이 없다가 최근 복귀하며 그동안 도파민 중독으로 언어 장애를 얻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관람한 뒤 도파민 중독의 길로 빠져들었다. 과도한 덕질 때문이었다. 처음엔 영화 원작을 읽고 농구 동호회에 참석하며 평범한 덕질을 즐겼다. 그러나 덕질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SNS인 'X'(옛 트위터) 속의 덕질 문화에 입문하며 그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하루 20시간 넘게 침대에 누워 덕질하는 데만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는 일도 그만두고 좋아하던 동호회도 안 나갔다. '현생'을 버린 것이다. 도파민 중독이 심해지자 배고픔도 느끼지 않아 끼니도 거르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가 터졌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매미'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실제로는 '잠자리'라고 말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결국 병원에서는 도파민 중독으로 인한 전두엽 손상 판정을 내렸다. 그는 결국 다시 일을 나가기 시작하며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렇다면 이런 도파민 중독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몸속의 독소를 제거하듯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핸드폰이나 컴퓨터 등 사용을 멀리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을 갑자기 줄이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다른 취미 활동이나 운동, 공부 등에 몰입하는 생활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에 쏟던 시간을 다른 것에 투자하는 것이다.

혹은 최소한의 규칙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잠들기 1시간 전에는 전자기기 사용 금지 △일정 시간 전자기기 서랍 안에 넣어두기 △전화·문자 등 특정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하기 △유튜브 등 도파민 중독을 유도하는 앱의 알람 끄기

바로 디지털 디톡스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여기 희망적인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일주일의 기적'이다. 많은 전문가는 습관을 만들고 굳히는 데 일주일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습관 성형을 완성하는 데 불과 열흘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오스트리아 연구 결과도 있다.

다음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스마트쉼센터가 제공하는 성인용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 검사다. 일반 사용자는 23점 이하, 잠재적 위험군은 28~24점, 고위험군은 29점 이상이 나온다.

성인용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 검사 /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
성인용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 검사 /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