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치우고, 무한 삽질…군인들 '공짜'로 부르기, 15배 증가

2024-01-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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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 없는 대민지원에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군 재난대응 동원 병력 체계를 만들라고 권고했다.

지난 4일 인권위는 국방부장관에게 '일반 대민지원'과 '재난 대민지원' 개념을 구분해 군 장병이 과도하게 대민지원에 동원되지 않도록 '국방 재난관리 훈령'을 개정할 것, 재난대응부대 지정, 재난현장 투입 부대 지휘체계 단일화, 군 장병 대민지원 적정범위 판단 기준을 마련하라 권고했다고 10일 밝혔다.

또한 군 장병 동원 재난현장의 구체적인 안전 관련 매뉴얼 마련, 긴급구조지원능력 평가 연 2회 실시, 고 채 상병 순직사건에서 나타난 재난동원 과정 문제점 점검 후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도 권고했다.

해병대 제9여단 장병들이 2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 산록도로 일원에서 제설 대민지원에 나서 폭설에 고립된 차량 5대를 구조하고 통행로 확보를 위한 제설작업을 실시했다. 2022.12.24 / 뉴스1
해병대 제9여단 장병들이 2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 산록도로 일원에서 제설 대민지원에 나서 폭설에 고립된 차량 5대를 구조하고 통행로 확보를 위한 제설작업을 실시했다. 2022.12.24 / 뉴스1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는 지난해 7월 18일 해병대에서 발생한 채 상병 순직사건을 계기로 같은달 25일 직권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인권위는 같은 시기 대민지원 현장에 동원됐던 군 장병들이 부당함을 호소하는 진정이 다수 접수됐다고 밝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 최근 10년간 군 대민지원은 계속 늘었다.

군 대민지원 동원 병력 수는 2013년 6만 5778명이었는데, 지난 2022년 9월 기준 101만 7146명으로 15배나 증가했다.

군 병력은 폭설·태풍·호우 등 자연재해는 물론 구제역·조류독감(AI)·코로나19(COVID-19) 등 사회적 재난 수습과 지방자치단체 행사에도 동원됐다.

16일 지난 폭우로 침수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대민 지원에 나선 육군 55사단 장병들이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2022.8.16 / 뉴스1
16일 지난 폭우로 침수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대민 지원에 나선 육군 55사단 장병들이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2022.8.16 / 뉴스1

이에 군인권보호위원회는 군 기본임무가 안보 위기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재난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군인을 동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위임범위를 넘어 지자체 요청으로 일반적인 사업에 동원되거나, 재난과 관련 없는 국가 시책사업에 무분별하게 동원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대민지원에 동원되는 군인에 대한 안전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다.

고 채 상병 또한 폭우에 실종된 민간인을 수색하던 도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당시 고인을 비롯한 부대 장병들은 가장 기본적인 구명조끼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21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인해 주택 안까지 덮친 토사를 치우는 등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23.7.21 / 뉴스1
21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인해 주택 안까지 덮친 토사를 치우는 등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23.7.21 / 뉴스1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