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자 운전기사' 월급은 600만원… 그래도 다들 꺼리는 이유가 있다

2024-01-11 11:36

add remove print link

단순 운전 외에 고된 수행 잡무까지
누리꾼 “최저시급이네…노예모집이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eopleImages.com - Yuri A-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eopleImages.com - Yuri A-shutterstock.com

지근거리에서 국회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사람. 바로 국회의원 운전기사다. 의원 운전기사는 일반 기업의 운전기사와는 일과가 다르다. 운전만 하는 게 아니라 정무 업무도 담당하는 수가 많다. 의원의 일정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캄캄한 새벽에 나가 별 보고 집에 들어오는 날이 부지기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예비 후보의 수행 기사를 모집하는 구인 공고문이 올라와 눈길을 모았다.

국회의원 선거 출마 예비후보 수행기사 모집 공고문. / 보배드림
국회의원 선거 출마 예비후보 수행기사 모집 공고문. / 보배드림

해당 예비 후보 측은 풀타임 근무 기사를 우선 모집하며 여의찮을 시 파트타임 기사 3명을 충원해 로테이션으로 돌린다고 밝혔다.

우선 풀타임 기사.

오전 5시에 후보를 자택에서 픽업해 종일 후보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10시에 후보를 자택까지 모셔다드리고 퇴근. 주 7일 근무에 월 2회 휴무 조건이다. 보수는 월 600만원.

오전 파트타임 기사.

오전 5시에 후보를 자택에서 픽업해 후보 오전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2시 오후 파트타임 기사와 교대하고 퇴근. 주 5일 근무하고 휴무는 없다. 월 250만원.

오후 파트타임 기사.

오후 2시 출근해 오전 파트타임 기사와 맞교대 후 오후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10시 후보를 자택까지 모셔다드리고 퇴근. 역시 주 5일 근무에 휴무는 없다. 월 250만원.

주말 파트타임 기사.

오전 5시 후보를 자택에서 픽업해 종일 일정 소화 후 오후 10시 후보를 자택까지 모셔다드리고 퇴근. 토, 일 근무에 휴무 없고 월 207만원.

식사는 제공되나 기사가 단순 운전만 하는 게 아니라 수행 잡무까지 떠안아야 한다.

음주운전 처벌 이력 없고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선고받은 이력 없는 사람만 지원할 수 있다.

공고문을 보면 풀타임 기사는 하루 17시간, 주 7일 일하는 건데 월급 600만원이 많은 게 아닌 셈이다.

일반 조직의 수행 기사도 자기 시간 없어 3D 직업이라고 하는데 선거 수행 기사는 그중에서도 끝판왕에 속해서 돈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중간에 때려치우는 사람이 허다하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외부 사람은 안 쓰고 후보 지지자나 지인 인맥 통해서 뽑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공고문을 내건 것은 이례적이라는 얘기다.

공고문에 기사 근무 기간이 4월 15일까지 명시된 것으로 보아 이 예비 후보 측은 본 후보 등록을 확신하는 듯하다.

과로에 박봉이지만 예비 후보가 공천 등으로 본 후보가 돼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운전기사도 국회로 따라갈 수 있는 장점은 있다. 국회에서 의원 운전기사는 수행비서로 통한다. 수행비서는 국회의원 보좌진의 한 직렬로 별정직 공무원 신분이다. 대개 7급이지만 의원실에 따라 4~9급까지 다양하다.

누리꾼들은 "잠은 4시간도 못 자네", "최저시급이네", "기사로 시작해서 구의원까지는 간 사람 봤다", "의원 후보부터 근로기준법 안 지키네", "노예 모집하네", "한 달 일하면 수명 1년 줄어들 듯"의 반응을 보였다.

2016년경에 예비후보 따라다니는 수행 기사였다는 한 누리꾼은 "아침 인사도 같이하고 어디 인사 다닐 때 옆에 대동해야 해서 꼭 양복 입으라고 하더라"며 "급여도 제대로 못 받았다. 일부 급여는 선거하는데 돈을 너무 많이 썼다며 상품권으로 받았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