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들이 무슨 CT야!!!” 술 취해 의사 때리고 욕한 보호자

2024-01-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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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응급실 업무 마비 시켜

만취 상태 환자가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렸다.

지난 6일 오전 0시 18분쯤 강원도 강릉시 한 병원 응급실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30대로 추정되는 여성 환자 1명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남성 보호자 1명이 119 구급대를 통해 내원했다.

당시 근무 중이던 응급의학과 의사 A 씨는 낙상 사고로 여성 환자의 머리가 심하게 부은 것을 확인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Sirikarn Rinruesee-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Sirikarn Rinruesee-Shutterstock.com

의사는 두개골 골절이나 두개골 내 출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CT 촬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보호자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보호자는 오히려 화를 내며 욕설까지 쏟아냈다. 그는 "이런 일로 CT를 찍냐"며 소리를 질렀다. 보호자는 만취 상태였다.

의사 A 씨는 CT 촬영 필요성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보호자는 "말투가 건방지다"라며 "내세울 것도 없는 촌놈들이 무슨 CT를 찍냐"며 어이없는 말을 했다.

심지어 대화 도중 보호자는 의사의 가슴 부위를 한 차례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응급실에 출동했는데도 보호자는 무려 1시간이나 난동을 피웠다.

이 때문에 응급실 업무가 마비돼 다른 환자들이 제대로 조치를 받지 못했다.

A 씨는 추후 상해 진단과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그는 가해자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Gervasio S. _ Eureka_89-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Gervasio S. _ Eureka_89-Shutterstock.com

A 씨는 해당 병원 응급실에서 4년째 근무 중이다. 그는 "지역에서 홀로 밤을 지키는 응급실 의사들에 대한 주취 폭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일로 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어 "지방 응급의료는 서울과 현실이 다르다. 사람이 매우 부족해서 허덕이며 돌아간다. 수많은 환자를 돌보고 있는데 지역 비하 놀림까지 받으며 인권을 무시당하고, 수치심까지 느낄 정도로 짓밟히는 걸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전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