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딸의 또 다른 이름은 '시멘트 암매장녀'입니다”

2024-01-0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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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
두 사람은 영어학원에서 만나 연인 관계 발전

피해자 김 씨 / 김 씨 동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피해자 김 씨 / 김 씨 동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김 씨의 전 남자친구 이 씨 / 김 씨 동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김 씨의 전 남자친구 이 씨 / 김 씨 동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딸의 또 다른 이름은 '시멘트 암매장녀'입니다"

2015년 5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시멘트 암매장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서울신문은 6일 '시멘트 암매장녀'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5년 5월 2일 오후 11시 30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명문대를 3년 만에 조기 졸업한 김 모(당시 25세) 씨는 어렵게 뒷바라지를 해 준 부모의 짐을 덜어주고자 동생들 학비를 벌기 위해 귀국, 부산의 한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잠을 자던 김 씨의 목을 조른 범인은 영어학원에서 만난 남자친구 이 모(당시 25세) 씨였다. 이 씨는 김 씨를 살해 후 인터넷에 시멘트 사용법 등을 검색했다. 그는 범행 3일 후 차량을 렌트하고 시멘트, 대형 물통 4개, 대형 석쇠 8개 등을 구입해 충북 제천의 한 모텔로 향했다.

이 씨의 행동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 씨는 모텔에 지내면서 이틀간 인근 야산의 땅을 파고 김 씨의 시신을 시멘트로 암매장했다. 김 씨를 위해 술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후 경기도에 있는 친구 집에 머물면서 여행을 떠나는 등 일상을 즐겼다.

MBC '리얼스토리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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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사건 1년 전인 2014년에 만났다. 김 씨가 부산의 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할 때였다. 김 씨는 억대 연봉 입사를 앞두고 있기도 했다. 이 씨는 서울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려다 접고 부산으로 내려와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김 씨는 이 씨가 일정한 직업이 없었지만 자상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모습에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 씨는 대외적으로는 다정한 남자친구였지만 단둘이 있을 때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 씨의 머리를 발로 가격하는 등 폭력을 일삼았다.

참다못한 김 씨가 이 씨에게 이별을 통보했지만 그의 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씨의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또다시 "헤어지자"고 하는 김 씨를 살해하는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이 씨 / 김 씨 동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이 씨 / 김 씨 동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이 씨는 범행 후 김 씨의 가족과 친구들을 속이는 데 집중했다. 김 씨의 메신저 말투 등을 흉내 냈다. 김 씨 동생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는 누나인 것처럼 이모티콘도 섞어 보냈다.

그러나 이 씨의 자작극은 오래가지 못했다. 김 씨 아버지는 5월 8일 어버이날에도 딸이 "못 간다"고 하자 의아해했다. 이후 같은 달 15일 김 씨가 입사한 회사에서 '무단 퇴사'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아버지는 깜짝 놀라 딸에게 전화했지만 꺼져 있었다.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 씨는 범행 16일 만은 같은 달 15일 한 호텔에서 거짓 유서를 쓰고 자해한 뒤 자수했다. 흉기로 손목을 긋고 스스로 119에 신고한 뒤 "왜 오지 않느냐"며 한 차례 더 재촉하기도 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해명했다. 암매장 장소와 관련해서는 "명당인 것 같아서"라고 진술했다. 이 씨는 국선 변호사가 아닌 로펌 변호사 8명을 선임하고 재판부에 36차례 반성문을 내는 등 감형에만 몰두했다.

이 씨는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이 씨는 "시신이 부패했기 때문에 내가 목 졸라 살해한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 김 씨의 사망 원인은 천식이고 나는 시신 유기만 했다"고 항소했다. 항소는 기각됐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8월 징역 18년을 확정했다.

김 씨 아버지는 "미국 명문대를 조기 졸업해 돈 많이 벌어 부모님에게 효도하겠다던 아이가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한 채 시멘트에 묻혀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딸에게 사람 보는 눈을 키워주지 못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한다'고만 얘기 했던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고 호소했다.

home 구하나 기자 hn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