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은 왜 굳이 '남기는 말'을 변명문이라고 바꿔 말했나?” 전문가는 이렇게 분석했다
2024-01-0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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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잘못을 알고 있고 과격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전문가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김 씨(67)에 대해 '한국형 테러 공격자'라고 분석했다.
김 씨가 범행 동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찰에 변명문을 제출했으니 참고하라"라고 답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가 '변명문'이라고 말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그가 작성한 글의 제목은 변명문이 아닌 '남기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씨가 용어 사용을 혼동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 씨는 과거 공무원이었다가 법률과 계약을 다루는 공인 중개사업에 오래 종사했다. 즉 정확한 용어를 적절한 상황에서 잘 써야 하는 환경에서 일했기 때문에 용어를 잘못 선택했을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또 김 씨는 평균 이상의 인지 능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변명문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자기 잘못을 알고 있고 과격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자신만의 명분을 가지고 있다는 뜻을 담아 이야기한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 신념에 가득 차 있고 범죄에 몰입했으며 생각이 매우 확고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의 변명문은 8쪽이다. 이 교수는 "글을 써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8쪽을 쓰기가 녹록지 않다"라며 "그렇게 썼다는 건 '확신범'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미리 이를 작성해 범행 당시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은 의사 형성의 강도나 실행, 이데올로기 구성이 매우 선명하고 뚜렷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1980년대 미국 폭탄테러범인 '유나바머' 사건이나 2019년도 뉴질랜드 테러 사건에서도 범인이 자기 신념의 기초자료가 되는 '선언문(매니페스토)'을 작성하는 경우가 있었다"라며 "김 씨의 경우를 '한국형 테러 공격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범죄 경력이 없는 김 씨가 어떻게 이런 끔찍한 범죄를 한 번에 저지를 수 있었을까.
이 교수는 "범죄 경력이 없다고 하는 것과 이런 범죄를 어떻게 저지를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은 사실은 별개의 문제"라며 "오히려 확신에 찬 행동이었기 때문에 (초범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김 씨의 신상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5일 뉴스1을 통해 "살인미수 혐의가 신상정보 공개 대상인 점을 고려해 신상 공개 위원회를 열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구속 기간(10일) 내에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 29분께 부산 강서구 대항 전망대 사찰을 마치고 이동하던 이재명 대표의 왼쪽 목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김 씨는 이 대표 주변에 있던 민주당 당직자와 경찰관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김 씨의 정신 병력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4일 저녁 조사 때부터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김 씨의 진술과 심리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속된 김 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다음 주 범행 동기와 계획범죄·공범 여부 등을 포함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