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드라마 같은 상황?' 남양유업, 60년 만에 경영권 넘어간다
2024-01-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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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회장 발언에서 시작된 '불가리스 사태'
주식 양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한앤컴퍼니
남양유업이 60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됐다. 홍원식 회장 일가는 이제 남양유업 경영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게 됐다. 남양유업을 인수할 회사는 바로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다.
4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홍 회장은 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한앤코는 곧바로 남양유업 인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특히 훼손된 지배구조와 이미지 개선, 경영 정상화 등 업무에 주력할 방침이다. 남양유업 측은 역시 "경영권 분쟁 종결로 남양유업 구성원 모두는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은 끝났지만 홍 회장과 한앤코 간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일부 법정 분쟁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그렇기에 남양유업의 완전한 경영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남양유업이 한앤코에게 넘어가게 된 것은 '불가리스 사태' 때문이다.
2021년 4월 홍 회장은 자사 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보건당국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고 이는 사회적 논란으로 대두됐다.
이에 홍 회장은 그해 5월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면서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한앤코와 체결했다. 하지만 홍 회장 측은 계약을 바로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앤코는 홍 회장 측이 계약 이행을 미룬다며 같은 해 8월 주식양도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다음 달인 9월 홍 회장 측은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사안을 두고 1·2심 재판부 모두는 한앤코 손을 들어줬다. 이날 대법원 역시 동일한 판단을 내리며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고(故)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가 아이들에게 우리 분유를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1964년 남양 홍 씨 본관을 따 설립한 기업이다.
서울우유 뒤를 이어 줄곧 업계 2위를 지켜오며 맛있는 우유 GT, 불가리스, 프렌치카페 등 다수 히트상품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2013년 대리점 강매 사건 등으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이후 2019년에는 창업주 외손녀가 마약 사건에 휘말리기까지 하면서 오너 리스크 꼬리표가 줄곧 붙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