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테러' 이후 19일만...낙서 제거 마친 경복궁 담 오늘(4일) 공개
2024-01-0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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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척·색 맞춤 등 일단락... 행위자에 비용 청구 검토
낙서로 얼룩졌던 서울 경복궁 담장이 응급 복구를 마치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문화재청은 4일 오전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에 설치했던 가림막을 걷고 낙서 제거 작업을 마친 담장을 공개한다.
지난해 12월 16일 낙서로 훼손된 담장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한 지 19일 만이다.
그간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와 국립고궁박물관 소속 보존 처리 전문가 수십 명은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 래커로 오염된 흔적을 지우는 데 주력해왔다.
최근 세척과 색 맞춤 등 후반 작업을 마쳤으며 전문가 자문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은 이날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브리핑을 열어 그간의 작업 경과를 설명하고, 비슷한 사태 발생을 막기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문화재청은 경복궁을 비롯한 4대 궁궐과 종묘 등 주요 문화유산의 외부를 살펴볼 수 있는 폐쇄회로(CC)TV를 증설하고 순찰 인력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에는 낙서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판도 설치하고 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주요 대책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최 청장은 전날 연합뉴스와 만나 "경복궁 담장 낙서 사건을 계기로 (문화유산) 낙서 훼손 행위에 새로운 틀을 마련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특히 낙서 제거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 중이다.
문화재보호법은 지정문화재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행위를 금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원상 복구를 명령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복궁관리소 측은 비슷한 사건이 있는지, 구상권을 청구할 때 절차가 어떠한지, 훼손한 당사자가 미성년자일 때는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등을 법무법인과 함께 검토 중이다.
조선 왕조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이었던 경복궁은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며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영추문의 좌·우측을 포함한 담장 전 영역도 사적에 포함된다.
지난해 12월 16일 새벽 경복궁의 담장에서는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 래커로 쓴 '영화 공짜' 등의 문구가 발견됐다.
경찰은 폐쇄회로TV(CCTV) 등을 분석해 임 모(18) 군과 여자친구 김 모(17) 양이 낙서를 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체포했다.
이들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낙서를 쓰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청소년이 낙서하도록 부추긴 교사범을 추적 중이다.
최초 낙서 사건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스프레이 래커로 역시 경복궁 담장에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를 받는 설모(29) 씨는 구속돼 최근 검찰로 송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