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의 유서, 또다시 '여기서' 흘러나왔나…마지막 길조차 편치 못해

고 이선균의 유서 내용이 일부 공개돼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유족이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TV조선 '뉴스9'은 지난 27일 고 이선균이 아내 전혜진과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 남긴 유서 내용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선균은 아내를 향해 '어쩔 수 없다', '이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등 취지의 말을 남겼다. 또 소속사 대표에게 광고와 영화 위약금에 대한 부담감을 언급하며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경찰은 유족의 뜻에 따라 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뉴스를 통해 고인의 유서 내용이 일부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이것 또한 경찰에서 흘린 게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유족이 유서 비공개를 원한다고 했는데", "이건 강제 공개 아니냐",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조용하게 보내면 안 되겠냐",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에도 언론에 시달렸는데 죽어서도 조용히 갈 수가 없네", "누굴 위한 공개인 거냐" 등 분개했다.

경찰은 이선균의 마약 투약 의혹을 수사하면서 내사 단계에서 실명을 언급하고 세 차례 소환 조사를 하는 동안 고인의 진술 또한 낱낱이 공개하면서 여론 재판에 세웠다. 고인은 경찰서에 출석할 때마다 대중들에게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실제로 경찰은 A씨가 이선균에게 일방적으로 보낸 문자만 보고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했다. 이에 이선균은 A씨가 건넨 게 마약이 아닌 수면제인 줄 알고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며 줄곧 억울함을 표했다. 거짓말 탐지기를 통한 수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A씨의 증언 외에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로서는 자백을 받아내지 못하면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선균은 마약간이시약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모발 100가닥 정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경찰이 A씨의 말만 믿고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경찰은 "내사 단계에서 사건이 알려져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이선균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강압 수사는 없었다. 동의 하에 조사를 진행했다"는 변명을 내놨다.

앞서 장윤미 변호사는 지난 27일 한 방송에 출연해 경찰의 수사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이날 장 변호사는 "경찰 수사가 통상적이지 않았다는 건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내사 단계에서 언론에 나오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내사 단계는 사건 번호도 부여되지 않은 상황이다. 근데 대대적으로 언론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명인이라도 이런 식으로 내사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된다. 마약 검사를 했는데 하나도 나오지 않았고 이런 부분은 대한민국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이번 일로 정말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균은 지난 27일 서울 와룡공원 인근에 세워진 차량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8세.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