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남에게 머리채 잡혀 끌려가는 여자' 도와준 남자가 맞은 결말

2023-12-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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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겠다고 도망간 피해 여성 연락 '뚝'
“괜히 나섰다 봉변당할라”…'방관자 사회'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HTWE-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HTWE-shutterstock.com

위험에 처한 여성 돕는 게 손해라는 인식이 퍼진 이유를 입증하는 사례가 추가됐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원통한 사연이다.

글쓴이인 남성 A씨는 "아는 누나랑 같이 삼겹살 먹고 있는데 웬 남자가 누나한테 말 걸더니 손잡고 그냥 냅다 끌고 나가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누나가 예전에 전 남친이 스토킹하는 거 같다고 얘기한 것이 기억나 바로 쫓아갔다"며 "밖에 나와서 보니 누나가 머리채 잡혀서 끌려가길래 뛰어가서 남성에게 발길질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누나의 전 남친이 생각보다 강적이었다고.

A씨는 "싸움 진짜 잘하더라. 신나게 맞고 있는 와중에 스토킹한 남자가 태권도 관장이라고 누나가 했던 말이 떠오르더라"며 "일어서면 자빠뜨려 밟히느라 정신이 반쯤 나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데 갑자기 안 때리더라. 뭐지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누나는 택시 타고 도망가고 그 남자는 뒤에 오는 택시 타고 쫓아가더라"며 "난 그냥 길 한복판에 누워서 욕이나 하다가 택시 타고 집에 왔다"고 돌이켰다.

그는 "근데 어이없는 건 그 후로 누나한테 연락이 안 온다는 것이다"며 "고막 찢어졌는데 그 남자가 누구인지 모르니 치료비도 못 받았다. 의료보험이 안 돼 십만원도 더 들었는데"라며 억울해했다.

A씨는 "내가 누나한테 실망한 건 구해주려고 몸을 날려도 주변 도움이나 경찰 신고도 안 하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간 것과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는데 연락 뚝 끊은 거다"며 "내가 여성 극혐하는 데 한몫한 사람이 누나다"며 증오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Opat Suvi-shutter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Opat Suvi-shutterstock.com

남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범죄자로 몰리거나 다치는 등 독박만 쓰는 게 우울한 현실이다. 때문에 낯선 사람이 처한 곤경을 보고도 모른 척 넘어가는 ‘제노비스 신드롬(방관자 효과)’이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의협심이 온전히 찬사만이 돌아오는 게 아니다.

굿모닝충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4월 충남 천안의 유명 나이트클럽 앞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도우려던 30대 남성 2명이 또 다른 남성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술에 취한 여성을 도우려다 봉변당했다. 한 명은 고막이 파열됐고 다른 한 명은 실신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매체에 "술 취한 여성의 가방을 한 남성이 붙잡고 놓아주지 않자 남성으로부터 가방을 뺏어 여성 일행들에게 돌려줬는데 갑자기 주먹이 날아왔다"고 전했다.

이어 “폭행당한 것보다 억울한 건 목격자인 여성들이 진술을 거부한 것”이라며 “이런 시민의식이면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눈앞에서 살인이 일어나도 모른 체 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