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응시생 39명 “2000만 원씩 달라” 국가 상대 집단소송 (이유)

2023-12-19 15:31

add remove print link

일부 학생 시험 포기하고 귀가하기도
서울 경동고 시험장에서 벌어진 사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때 서울 성북구 경동고등학교 시험장에서 종료 벨이 일찍 울려 피해를 본 수험생들이 교육 당국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왼쪽부터 수능 수험생들이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 한 수능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왼쪽부터 수능 수험생들이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 한 수능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경동고 학생 39명의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명진이 수능 타종 사고로 피해를 본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1인당 2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19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경동고에서 치러진 수능 1교시 국어 시간 때 시험 종료 벨이 1분 30초 일찍 울렸다. 타종을 맡은 교사 A 씨가 시간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마우스를 잘 못 건드린 탓이었다. 경동고는 수동 타종 시스템을 쓰고 있었다.

법무법인 명진은 “타종 사고가 한 달 이상 지났지만 교육당국이 피해 학생들에게 사과나 타종 경위 설명을 하지 않았고 재발 방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과 학부모의 증언을 기초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A 씨가 타종시간 확인용으로 교육부 지급 물품이 아닌 아이패드를 썼다고 주장했다.

명진 측은 A 씨가 타종을 울릴 때 아이패드 화면이 중간에 꺼진 것을 다시 켜는 과정에서 시간을 잘 못 보고 실수를 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타종 방법엔 자동과 수동이 있다. 상당수 시험장이 방송 시스템 오류를 우려해 수동 타종을 한다.

학교 측은 실수를 깨닫고 2교시가 종료된 후 다시 1교시 국어 시험지를 수험생에게 배부했다. 이후 수험생에게 1분 30초 동안 문제를 풀고 답을 기재할 시간을 줬다. 다만 답지 수정은 허락하지 않았다.

경동고 학생 39명은 타종 사고로 시험을 망친 것을 의식해서 시험을 봤기 때문에 평소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1분 30초의 시간을 줘 추가 시험을 볼 수 있게 했지만, 시험지 배포와 회수하는 시간을 포함해 약 25분이 소요됐고 원래 50분이었어야 할 점심시간 중 25분만 쉴 수 있어 다음 시험에도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일부 학생은 시험을 포기하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진에 따르면 일부 피해 학생의 성적은 모의고사 때보다 낮게 나왔다. 지난 9월 모의고사에서 A 학생은 국어 73점을 받았지만, 수능에서 48점을 받았다. B 학생은 국어 1등급을 받았는데, 수능에서 3등급으로 추락했다.

수능 타종 사고는 3년 전에도 벌어졌다. 2020년 12월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 시험장에서 수능 4교시 탐구영역 제1 선택과목 시간에 종료 벨이 약 3분 일찍 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험생과 학부모 25명은 돌발 상황으로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었다면서 국가와 서울시를 상대로 1인당 8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 4월 2심에서 국가가 1인당 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명진 대표인 김우석 변호사는 1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3년 전에 타종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교육부는 타종 사고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배포하지 않았다. 향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하며 피해 학생들에게 적어도 1년 재수 비용은 배상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home 윤경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