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는 아파트 품격을 떨어뜨리니 뒤쪽에 주차하면 안 돼요?”
2023-12-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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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뒤쪽에 주차”주문한 쪽지
누리꾼들 “나라 품격 위해 이민 가길”
‘아파트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차량’이란 제목의 게시물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에펨코리아, 보배드림 등에 올라온 해당 게시물엔 한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1톤 트럭 문틈에 끼어 있는 쪽지를 촬영한 사진이 담겨 있다.
쪽지엔 “아파트 품격을 위해서라도 화물차량은 뒤쪽에 주차하시면 어떨까요”란 문구가 적혀 있다. 품격이란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뜻한다. 주차장에 화물차를 주차함으로써 아파트 품위를 떨어뜨렸다고 트럭 운전자를 꾸짖은 셈이다.
누리꾼들은 쪽지를 남긴 사람을 나무라고 있다. “아파트의 품격 유지를 위해서 저걸 쓴 사람이 이사를 가는 게 어떨까”, “저런 글을 쓴 사람은 대한민국 품격을 위해서 딴 나라로 이민 갔으면”, “저 쪽지를 남긴 사람의 수준은 저게 자신이 이룰 수 있는 최대 품격이었다는 뜻이네. 불쌍하다”, “고작 차로 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긴다는 게 정말 미개하고 무식하고 혐오스러운 행동인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트럭 차주는 말로만 듣던 골 빈 사람이 같은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창피할까”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조차 임대단지 주민에 대한 차별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겨레가 2020년 소셜믹스 아파트 임대세대 거주자들은 아파트 단지 안의 차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조사한 적이 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서울지역 주요 소셜믹스(공동주택 단지 내에 분양 세대와 임대 세대를 함께 조성하는 것) 단지 임차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아파트에서 분양인과 임대인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14.3%(17명)에 그쳤고,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79%(94명)에 달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임대동과 분양동 사이에 주민이 오갈 수 없도록 외벽이 설치돼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1.5m 높이의 철조망이 분양동과 임대동을 가로지른다. 분양동, 임대동의 출입구를 따로 만들어 두 곳의 주민이 서로 마주칠 일이 없도록 설계한 단지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