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 끝났어, 그냥 일 벌이고 감방 갈게” 에타에 올라온 섬뜩한 글

2023-12-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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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갖고 장난친 X”
“죽이고 감방 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찰을 사칭해 흉기 난동을 예고한 30대 남성 A씨가 지난 8월 24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서 영장 심사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찰을 사칭해 흉기 난동을 예고한 30대 남성 A씨가 지난 8월 24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서 영장 심사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뉴스1

올 들어 전국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온라인 게시글이 잇따르면서 시민 불안감을 증폭한 가운데 이번에는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인기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사한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타)에 지방의 한 대학교 재학생임을 인증한 A씨가 '이제 다 끝났어. 그냥 감방 갈게'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개드립, 에펨코리아 등 다른 커뮤니티에 급속히 확산했다.

'이제 다 끝났어. 그냥 감방갈게' / 에브리타임·개드립
'이제 다 끝났어. 그냥 감방갈게' / 에브리타임·개드립

공대 4학년생이라는 A씨는 "사고 치고 다녀서 부모님도 날 버리고 돈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돈 빌리다가 친구도 잃고 남은 게 없었다"며 분노에 찬 사연을 꺼냈다.

게시글에 따르면 에타에 급전을 빌려줄 사람을 구하고 다닌 A씨에게 어떤 '친절한' B씨가 돈 빌려줄 테니 오라고 했다. 같은 대학교 학생들만 소통할 수 있는 에타의 특성상 B씨는 A씨의 동문인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일하는 곳에서 택시비를 빌려서 새벽에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에 갔다고 했다. 그런데 찾아온 A씨에게 B씨는 '진짜 올 줄 몰랐다'고 어이없어했다. B씨가 장난친 것이었다.

오전 6시에 일터에 가야 했던 A씨는 추위에 돈 받으려 벌벌 떨며 기다리느라 벌이도 허탕치고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돈이 없어 치료도 못 받았다고 했다.

그는 "진짜 간절한 사람한테 왜 그러는 거냐. 왜 못 괴롭혀서 안달이냐. 재미있느냐"고 울분을 토하면서 "B씨가 있는 위치 다 기억난다. OOO 건물 사이 호수도 알고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어 "난 잃을 게 없다. 더 이상. 왜 잃을 게 없는 사람이 무서운지 알려줄게. 오늘 비도 오니 딱 좋네 날씨가"라며 "죽이고 감방 갈게 그냥"이라고 협박했다.

그러면서 "OO 주위에 오지 마시라. (범행 장면을) 목격한다면 님들도 같이 죽을 거다"고 누리꾼들까지 위협하면서 "이렇게 칼부림 사건이 또 추가되겠네"라고 비아냥댔다.

게시글 내용의 심각성 등에서 일각에선 계정이 도용됐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전국 400여 개 대학의 시간표와 강의평가, 익명 커뮤니티 기능 등을 제공하는 대학교 커뮤니티인 에타는 학생증, 재학증명서 등 학교별로 검증된 증명 자료를 이용해 인증해야 한다. 회원 가입 시 선택한 하나의 학교의 커뮤니티만 이용할 수 있으며, 다른 학교 커뮤니티는 이용 불가다.

이러한 정책 때문인지 에타의 계정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범죄에 악용되는 정황도 나오는 형편이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