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할머니가 1년간 빈 병 줍고 다닌 이유… 다들 눈시울 붉어졌다

2023-12-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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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 모은 돈 기부… 평생소원 이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한 80대 할머니가 여럿의 마음에 울림을 주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빈 병을 줍는 할머니의 모습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통해 가상으로 구현한 이미지 / MS Bing Image Creator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빈 병을 줍는 할머니의 모습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통해 가상으로 구현한 이미지 / MS Bing Image Creator

1년 내내 빈 병을 주워 마련한 돈을 어려운 이웃에 써달라며 기꺼이 내놓은 이필희(85) 할머니 얘기다.

경북 안동시 옥동에 사는 이 할머니는 지난 5일 옥동행정복지센터에 성금 30만 원을 전달했다.

할머니는 올 한 해 쓰레기장 등을 돌며 빈 병을 주웠고, 이를 팔아 15만 원을 모았다고 한다. 여기에 자녀들이 준 용돈을 보태 30만 원을 만들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기부했다.

성금을 전달받은 복지센터 측은 "힘들게 마련해 주신 어르신 마음이 어떠한 나눔보다 크고 소중하다"며 크게 감동했다. 이는 어려운 아동 등 힘든 이웃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할머니는 이날 성금과 함께 손수 적은 편지도 전했다고 한다.

어린이 일기장에 쓴 할머니의 편지엔 모진 세월을 이겨내 온 할머니의 인생 한 편이 담겨 있었다. 늦게 배운 글이라 비록 맞춤법은 서툴렀지만, 꾹꾹 눌러쓴 한 글자 한 글자마다 그의 진심이 묻어 있었다.

이필희 할머니가 성금 기탁과 함께 전달한 손편지 / 연합뉴스-안동시 제공
이필희 할머니가 성금 기탁과 함께 전달한 손편지 / 연합뉴스-안동시 제공

할머니가 쓴 편지엔 "내 나이 팔십 다섯, 마지막 인생을 살면서 좋은 일 한 번 못 해보고 내 자식 오 남매 가르치며 사느라고 힘들게 살았다. 없는 사람 밥도 한 술 못 줘보고 입던 옷가지 못 주고 나도 남의 옷 맨날 얻어 입고 살아왔다. 이제는 내 아이들 부자는 아니더라도 배 안 고프게 밥 먹고 뜨신 방에서 잠자고 할 수 있으니 인생길 마지막에 좋은 일 한 번 하는 게 내 원이다. 생각해 보니 쓰레기장에 빈 병들 모아 팔면 돈이 될 것 같아, 1월부터 운동 삼아 쓰레기장 다니면서 빈 병을 모아 팔았다. 10원도 안 쓰고 12월까지 모은 게 15만 원이다. 내 아이들이 용돈 조금 주는 거 아껴 쓰고 15만 원을 보태 30만 원. 적은 돈이지만 내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불우한 어린이한테 써보고 싶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평생 마음에 품어온 숙제를 해낸 할머니는 "어디에 보내면 되는지 몰라서 동장님을 찾았다. 동장님이 알아서 잘 써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어릴 때 공부도 못하고 눈 뜬 맹인이라 글자도 복지관 한글 공부로 배웠다. 말이 안 되는 게 있어도 동장님이 잘 이해해서 읽어 보시라"고 전했다.

이 할머니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은 "할머니의 훈훈한 마음에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졌습니다. 건강하고 오래오래 사세요", "정말 멋지십니다", "할머니의 편지를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네요", "그 마음 본받겠습니다", "진정한 어른이십니다", "추운 날 할머니 이야기에 마음이 녹습니다", "마음에 울림을 주네요. 늘 건강하십시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필희 할머니가 쓴 편지를 그대로 적어봤다.

내나이 팔십다섰 마주막 인생을 살면서도 조훈 일 한버도 못 해보고

내자식 오남매 키우고 가르치면 사느라고 힘들개 살며 업는 사람 밥도 한술 못조보고 입든 옷한가지 못주고 나도 남에옷 만날 어더입고 살아완는대

이재는 내아이들 부자는 아니라도 배 안곱푸개 밥먹고 뜨신방에 잠자고 할수있스니

나도 이재 인생길 마주막에 조훈일 한번하는개 원이라

생각해보니 쓰래기장에 빈 병을 모아 필면 돈이 댈 것 같타

일월부터 운동삼아 쓰래기장에 다니면 빈 병을 모아 파란는개

십원도 안쓰고 12월 7가지 모운 개 15만원

내아이들 용돈 조금 주는거 았계쓰고 15만원 보터 30만원

작은돈이지만 내인생에 첨이고 마주막으로 불으한 어리니한태 써보고십슴니다

어더에 보내면 대는지 몰라서 동장님을 차자읍니다 동장님이 아라서 잘쓰주시면 감사하갯읍니다

나는 어릴때 공부도 못하고 눈뜬멩인이라 글노자복지관 한글공부로 배운글이라 말이 안대는개 있서도 동장님이 잘이해 해서 일어보새요

home 김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