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선택 하기 싫어서 회사 나갑니다’ KCC 직원 추정 글 파장
2023-12-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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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들이 볼펜으로 찌르고, 왕따시키고, 퇴사 종용하기까지”
일각에선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다”
KCC 직원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퇴사 사유서가 누리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누리꾼은 직장 상사가 자신을 파일이나 볼펜으로 찌르며 혼을 낸 것은 물론 온갖 폭언을 던지며 자신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퇴사합니다’란 제목의 글이 11일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힘들게 들어온 KCC를 너무 다니고 싶지만 이러한 이유로 퇴사를 합니다”라면서 퇴사 이유를 공개했다.
글쓴이는 상사가 자신을 파일, 볼펜 같은 걸로 찌르면서 혼냈다고 했다. ‘또라이’ ‘지랄’ ‘X발 X끼’ 같은 욕도 들었다고 했다. 상사가 자신이 사는 사원 아파트의 방문을 갑자기 열어 뭔가를 확인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선배가 뭘 확인했는지는 모르겠다고 글쓴이는 덧붙였다.
글쓴이는 선배가 업무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고서 왜 안 했는지 묻기도 했다면서 “10분의 1만 가르쳐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했다. ‘가르쳐주기 싫다’는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선배들이 자신을 따돌렸다'고도 했다. ‘애가 이상하다’ ‘못한다’ ‘농후하다’ ‘냄새 난다’고 말하며 자신을 왕따로 만들었다고 했다.
글쓴이는 '커피와 술을 못 마신다'고 말했음에도 선배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강제로 먹였다고 했다. 그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니까 (선배가) 멱살을 잡으며 ‘힘드냐’고 물으며 ‘우리도 술 먹기 싫은데 먹는 거다. 왜 액션 까냐’고 말했다”고 했다.
글쓴이는 퇴사를 종용받았다고도 했다.
“(상사가) ‘다른 곳에 원서를 냈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안 냈다’고 하니까 ‘채용 시즌인데 왜 안 냈느냐’고 했습니다. (퇴사) 대비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느낌이 든 말이었습니다. ‘곧 없을 수도 있는 애다’ ‘자르고 다른 애 뽑자’ ‘지금 존X 갈궈야 정신 차린다’는 말을 대놓고 했습니다. ‘넌 아직 우리 회사 직원 아니야. 잘해야 해’라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도 시험 치르고 들어와 근로계약까지 했는데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요.”
글쓴이는 회사 분위기가 강압적이어서 질문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 하는 행사여서 업무를 못할 것 같아 질문하니까 ‘그거 안 하면 죽어요?’라고 하더라. (그런데)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가만히 있어요’라고 대답하는 상사에게 무엇을 질문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퇴사 사유를 열거한 글쓴이는 “다니는 동안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었고 정신과 상담도 받았다”라면서 “이러한 회사 문화를 버티지 못하겠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아서 자진퇴사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기억으로 작성했기에 조금의 변질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녹음 파일을 갖고 있다. 팩트가 대부분이다. 확실한 건 당사자들이 더욱 잘 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내 능력도 많이 부족했다. 업무도 못 따라가고 기억도 잘 못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랬기에 후회가 없다”라면서 회사에 “앞으로 더 잘하는 사람을 받아서 승승장구하길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글을 읽은 KCC 직원들은 어떤 댓글을 올렸을까. 회사를 옹호하는 댓글을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한 직원은 “이 회사가 첫 회사다. X 같은 문화, 부조리도 참고 어딜 가든 비슷할 것이란 ‘뇌피셜’로 다녔는데 댓글들을 보니 역시 여긴 XX같은 게 확실하다. 글쓴이는 대인 문제를 언급했는데 이러한 배경엔 직원을 인건비만 먹는 벌레로 생각하는 경악스러운 회사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나이스평가정보 직원이 글쓴이가 글에 적힌 내용이 진짜인지 묻자 다른 KCC 직원은 “진짜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KCC에 다니다 우아한형제들로 이직했다는 누리꾼은 “사무실에서 쌍욕을 하는 건 기본이고 술 마시면 꼭 노래방에 가서 여자를 부른다. 사무실에서 보고할 게 있어서 과장한테 갔는데 자리에서 이어폰 끼고 핸드폰으로 야동을 보고 있더라. 다 내가 경험한 실화다”라고 말했다.
한 KCC 직원은 글쓴이에게 힘내라고 말한 뒤 “나도 글쓴이보단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이라 곧 퇴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KCC 직원들의 반응을 모아봤다.
“저도 많이 힘든데 눈물 나네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꼭 좋은 곳으로 가세요.”
“이 정도 인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놀랍네요. 힘내시고 형사 고발하십시오. 같은 회사에 다닌다는 게 진짜 쪽팔리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목격한 적이 있기에 힘내시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사우님, 고생 많았습니다. 제발 정의 구현해주세요. 건승을 빕니다.”
“가해자를 찾아도 인사팀은 또 어디 지방 공장이나 영업소에 보내겠지. 그래도 고소나 신고는 사우님을 위해서 꼭 하셨으면 좋겠네요. 힘내세요 사우님.”
“본사에서 문제 일으키면 쉬쉬 하면서 지역 공장으로 보내버리기.”
“기자 여러분. 기사 낼 때 12월 15일, 17일, 19일은 피해주세요. KCC이지스 농구 기사로 검색어가 도배됩니다.”
“KCC는 인사과가 가장 문제인 게 다 알면서 쉬쉬하며 덮어두고 있지. 각 사업장 문제 되는 사람들하고 한통속.”
“지금 그 갓 취업한 사람들 챙겨줄 30대 중반 세대가 많이 없음. 웬만큼 능력 있는 사람들은 이미 나가버렸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이미 가정이 생겨서 쉽게 퇴사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바른 소리를 잘 못함.”
“사우님 고생 많으셨어요. 잘 선택하셨습니다. 아직도 지방 공장 부서엔 쌍욕을 입에 달고 사는 책임급들이 많습니다. 이런 글들이 주기적으로 올라오는데 실태 조사 같은 건 없고요. 가해자 징계해봤자 조금 감봉하고 다른 부서로 보내고 끝입니다.”
글쓴이의 글이 과장됐다는 주장도 있다. 한 직원은 위키트리와의 통화에서 “일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로 회사 분위기가 엉망이진 않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