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소아과 오픈런' 했는데도 대기자가 100명이 넘네요"

2023-12-1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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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기피 현상에 오픈런 극심
중국 폐렴·독감 유행에 부모들 발만 동동

최근 맘카페를 중심으로 소아과 오픈런의 현실을 알 수 있는 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 맘카페 회원 A 씨는 "소아과 한번 가기 힘드네요"라며 "오픈런을 했는데도 대기자가 100명이 넘고 3시간을 기다렸다"라고 전했다. 이어 "요즘 주변에 소아과가 많이 없이지는 것 같다. 아기가 아프면 더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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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 의료 관계자는 소아과 오픈런 현상과 관련해 "일부 젊은 엄마들이 일찍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밤새 아픈 아이를 둘러업고 뜀박질해 병원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는 부모들을 입장에서는 상처 받을 수 밖에 없는 발언이다.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고가의 명품이나 무언가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이 열자마자 뛰어가는 오픈런은 개인의 취향과 선택에 의한 것이나 소아과 오픈런은 가뜩이나 소아과가 부족한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더욱 필사적일 수 밖에 없다.

상황은 다른 부모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맘카페 회원 B 씨는 "아침 오픈런 했는데 똑닥 앱으로 해도 대기자가 90명이네요"라고 했고 C 씨는 "기침 하는 아이 때문에 주말 새벽 6시 40분부터 소아과 오픈런 했어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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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예약 앱 '똑닥'의 경우에도 월 1000원 유료 요금을 내야 하지만 오전 9시가 되면 당일 진료를 받으려는 부모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1~2초를 앞다투는 상황에서 조금만 늦어도 대기번호가 금세 100번을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제는 소아과 오픈런 현상이 갈수록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이달 4~6일 수련병원 14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전기 모집 지원 결과'를 발표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정원 205명에 53명이 지원했고 지원율은 25.9%로 가장 낮았다.

서울 ‘빅 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중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은 17명 모집에 15명이 지원했고, 삼성서울병원은 9명 모집에 7명이 지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10명을 모집에 단 한 명의 지원자가 없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지원자 수가 ‘0명’이다. 서울아산병원은 10명 모집에 12명이 몰렸고, 서울성모병원도 4명 모집에 4명이 지원해 정원을 채웠다.

해당 사건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 MS Bing Image Creator
해당 사건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 MS Bing Image Creator

이는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수년간 누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일부 의사들은 소아청소년과 기피 이유로 위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지난 2017년 신생아 4명이 사망하자 한 병원 의료진을 검찰이 기소한 것을 계기로 기피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현재 소아과 수가 일본, 미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라며 "민형사 책임에서 의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의료사고특례법 등도 적극 검토해야 소아청소년과 인력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는 많은데 소아과를 지원하는 젊은 의사들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소아환자 진료 공백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당장 소아 진료 인프라를 확충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개개인이 호흡기 감염병 예방에 더 신경을 쓰는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특히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는 겨울철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불편하더라도 마스크 착용을 더 철저히 하는 게 좋다.

해당 사건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 MS Bing Image Creator
해당 사건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사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 MS Bing Image Creator
home 김태성 기자 taesung112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