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상적 주장하다 총선 질 수도 있다“

2023-11-2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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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승리 현실론 고려해 '준연동형' 공약서 후퇴 가능성

이재명 대표 /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 / 연합뉴스

내년 국회의원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파열음이 커지는 가운데 최종 결정 권한을 쥔 이재명 대표의 선택에 시선이 쏠린다.

당은 현재 비례대표 배분 방식과 관련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는 방안과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방안을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자는 쪽은 이 대표가 대선 당시 총선용 위성정당을 방지하기 위한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대의명분을 앞세운 주장이지만,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수단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여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 패배가 뻔해 이 대표에게는 부담스러운 요구다.

'원칙이냐 실리냐'의 고민 속에 이 대표가 실리에 방점을 둔 메시지를 내놔 주목된다.

이 대표는 28일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선거는 승부다"라며 "이상적 주장으로 (총선서) 지면 무슨 소용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나 위성정당 출현이 가능한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총선에서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의 폭주와 과거로의 퇴행을 막을 수 없다"고 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대선 당시 대국민 약속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선거는 현실'이라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진성준 의원은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공약 파기 시) 국민의 지탄이 무섭지만, 정치의 이상과 당면한 현실 중 무엇이 선제적 과제인지를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 연합뉴스

이 대표가 총선 당시 약속을 깨고 '현실론'을 택한다면 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법 추진을 주장하는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큰 숙제로 남는다.

민주당 의원 75명은 전날 위성정당 출현을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명(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며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더 달겠다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국민의힘 이겨보겠다고 약속 따위 모른 체하면 그만인가"라며 "역사와 국민 앞에 부끄러운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나"라고 했다.

이처럼 선거제를 둘러싼 당내 분열상이 부각되자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 및 권역별 비례제 도입'이라는 나름의 절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대선 공약을 어기고 대의명분을 외치는 의원들을 설득하려면 그에 걸맞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과정이 있어야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며 "총선 불출마 등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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