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정해인이 열연한 故 김오랑 중령, 남겨진 일가족 실명·사망 비극 (+실제 사진)

2023-11-2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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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 한 자루 들고 반란군에 맞섰던 참군인 김오랑 중령
김오랑 중령 조카 “정해인, 삼촌 젊을 때랑 얼굴 많이 닮아”

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배우 정해인이 열연한 오진호 소령의 실제 인물인 고(故)김오랑 육군 중령의 실제 삶이 재조명되고 있다.

고(故) 김오랑 육군 중령, 영화 '서울의 봄'에서 오진호 소령(실제 인물 김오랑 중령)을 연기한 배우 정해인 / JTBC '뉴스룸',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고(故) 김오랑 육군 중령, 영화 '서울의 봄'에서 오진호 소령(실제 인물 김오랑 중령)을 연기한 배우 정해인 / JTBC '뉴스룸',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1979년 당시 35세였던 김오랑 소령은 직속상관인 특전사령관 정병주 소장 곁을 지키며 반란군에 맞서 싸우다 사망했다. 김 소령은 12.12 군사 반란 당시 체포조를 이끌고 온 3공수여단 15대대장 박종규 중령에 권총 한 자루를 들고 맞서다 희생됐다.

유일하게 정병주 사령관 곁에 남아 군인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던 그는 1990년 중령으로 추서됐고, 2014년에는 보국훈장이 추서됐다.

당시 군 기록에는 "출동한 계엄군에게 대항하다가 김오랑 소령이 먼저 사격하자 계엄군이 응사하는 상호 총격전이 벌어져 계엄군이 발사한 엠16 소총에 맞아 현장 사살"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이 사건을 직권으로 조사한 결과, 반란군이 김 중령의 직속상관인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려고 총기를 난사하며 난입하자 김 중령이 권총을 쏘며 대항하다가 숨졌다는 선후 관계를 확인했다"고 바로잡았다.

국방부 중앙전공상심의위원회는 김오랑 중령 사망 43년 만인 지난해 11월, 그의 사망을 '순직'에서 '전사'로 변경했다. 군 인사법에 따르면 전사자는 '적과의 교전 또는 무장 폭동·반란 등을 방지하기 위한 행위로 인해 사망한 사람'을 말한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하지만 김오랑 중령의 죽음 이후 남겨진 가족들의 삶은 참혹했다. 김오랑 중령의 아내 백영옥 씨는 남편의 사망에 충격을 받아 시신경 마비 증세를 겪다 실명했다. 백 씨는 신군부를 상대로 배상소송을 제기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포기했다. 이후 1991년 6월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실족사로 결론지었다. 아들이 죽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김오랑 중령의 부모님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김오랑 중령 유족인 조카 김영진 씨는 아내와 함께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김영진 씨는 JTBC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정해인) 얼굴 자체가 삼촌 젊었을 때랑 많이 닮았다. 베레모를 쓰니 생각이 많이 나더라"며 고인을 떠올렸다.

그는 삼촌을 살해한 박종규 중령이 임종 직전 남긴 말도 언급했다. 김 씨는 "(박종규 중령이) 자기가 죽으면 '오랑이한테 가서 잘못했다고 사과하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마음이 그렇다(안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김오랑 중령과 12.12 군사 반란에 대해) 다 아는 계기가 됐다"며 영화 제작자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12.12 군사 반란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서울의 봄'은 개봉 첫 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