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도 살아남으려고 돈 벌어 반지하행, 알바 가게서 들은 말 때문에 너무 괴롭다“

2023-11-29 11:48

add remove print link

“고시원 살다가 돈 모아 얻은 방인데...”
“기술 없고 돈도 없다 보니...”

집안 사정으로 독립해 반지하에 사는 한 여성이 냄새 때문에 느낀 서러움을 토로했다.

락스를 이용해 곰팡이 청소를 하는 여성(좌)과 좌절에 휩싸인 여성 (참고 사진) / Burdun Iliya·aslysun-shutterstock.com
락스를 이용해 곰팡이 청소를 하는 여성(좌)과 좌절에 휩싸인 여성 (참고 사진) / Burdun Iliya·aslysun-shutterstock.com

여성 A씨는 지난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냄새난다고 알바하는 데서 지적당했어요. ㅠ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스무살 되자마자 독립해서 자취하고 있다. 집안 사정이 여러모로 안 좋아 정말 살아남으려고 나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인문계 출신이라 기술이 없고 돈도 없다 보니 처음엔 고시원에서 살다가 겨우 모은 돈으로 반지하방을 얻었다"고 밝혔다.

A씨는 "싼 방을 찾아 들어오다 보니 방이 산 앞이고 습하다. 집안 여기저기 곰팡이가 너무 많이 피어서 락스로 계속 닦아내도 가구가 다 썩고 집안에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게다가 옆방 사는 아저씨가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시는지 제 방까지 냄새가 들어온다. 디퓨저를 놓아도 냄새가 섞여서 더 안 좋은 냄새가 난다. 옷도 한 번 입고 무조건 세탁하는데 집안에서 말리다 보니 냄새가 다시 배나 보다"라고 털어놨다.

A씨는 어느 날 홀서빙 알바를 하는 가게의 점장으로부터 "냄새가 너무 심하다. 홀서빙하지 말고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게 낫겠다. 손님이 불쾌해하신다"는 지적을 받고 주방으로 근무를 옮겼다.

A씨는 "냄새 없애려고 이 추운 날도 계속 환기하는데 소용이 없다. 곰팡이 냄새 도대체 어떻게 하냐. 또래 여자애들은 향기도 좋고 예쁜데 저는 부끄럽고 위축되고 자존감 떨어진다. 가난한 건 별 게 다 불편하다"고 속상해했다.

그러면서 "냄새 없애는 법은 살림하는 어른들이 더 잘 알 것 같아서 질문한다. 곰팡이 냄새와 담배 냄새 없애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냐. 도와달라"고 조언을 구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곰팡이는 건강에도 안 좋다. 깨끗한 여성 전용 고시원 알아봐라" "세제 중에 탈취 효과 좋은 세제로 세탁하고 빨래방 가서 건조 시킨 뒤 봉지에 밀봉해 놔라" "우선 제습기 트는 걸 추천한다" 등의 조언 댓글을 적었다.

누리꾼들 댓글을 확인한 A씨는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댓글 확인하고 너무 놀랐다. 댓글이 너무 많아 한 분씩 다 감사하다고 인사할 수가 없어서 정말 죄송하다. 좋은 가르침 많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하나하나 꼼꼼히 읽고 배워나가겠다. 세상에 저를 대가 없이 도와줄 사람은 절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세상에 좋은 어른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눈물이 난다. 하루 종일 알바 두 개 하느라 글 쓴 것도 잊고 있었는데 감동했다. 정말 열심히 살아서 저도 나중에 어려운 사람 돕고 사는 좋은 사람이 되겠다. 세상 살아갈 용기가 난다"는 추신을 남겼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