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무인도에 불법 중계기 심은 보이스피싱 일당, 150억 뜯었다

2023-11-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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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국내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로 수사망 피해
대포폰 180대, 대포유심 1800개, 중계기 35대 등 압수조치

부산 강서구 낙동강 무인도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행을 위한 '변작 중계기'를 설치한 일당 21명이 검거됐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28일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국내에서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운영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를 저지른 콜센터 조직원 3명과 '변작 중계소' 운영자 16명, 범죄에 가담한 어민 2명 등 일당 21명을 조직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검거했다.

'변작 중계기'는 '변작기'라고 불리며, 이 장치는 최근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주로 쓰는 핵심 장비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2018년 7월부터 지난 9월까지 중국 현지 6곳에 기업형 범죄단체를 만들었다. 일당이 설치한 '변작 중계기'는 해외 콜센터에서 전화를 걸면 국내 번호 ‘010’으로 국내 피해자들에게 전화가 가는 방식이다.

일당은 검찰을 사칭한 전화로 범죄에 연루됐다고 겁박하거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정부 대출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며 저금리로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이는 수법을 썼다.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인근 '신자도'라는 무인도에 태양열 패널을 연결한 '자가 발전식 중계기'를 설치하고, 낙동강 하구 무인도에까지 설치해 단속을 피했다.

'변작 중계기'는 모텔, 땅속 등 고정형과 이동형 방식으로 작동됐다. 경찰은 부산 강서구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인근 무인도에 중계기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수색할 때마다 중계기를 발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일당이 해당 구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어민 2명을 포섭해 무인도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지 감시하도록 했고, 경찰이 무인도에 들어 올 때마다 원격으로 중계기 전원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경찰은 지난 1년 동안 해양 경찰 선박, 수상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강서구 일대 무인도에서 수색 작업을 벌인 끝에 무인도 갈대 밭에서 '변작 중계기'를 발견했다. 무인도에는 소형 천막 아래 중계기가 숨겨져 있었고 태양광 패널을 통해 중계기 작동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 받았다.

부산경찰청은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원 3명을 비롯한 16명을 구속했다. 중계기를 설치하고 감시한 어민 2명도 구속됐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대포폰 180대, 대포유심 1800개, 중계기 35대 등도 압수 조치했다. 일당은 피해자 328명을 상대로 150억 원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고액 아르바이트를 빙자해 원룸이나 모텔 등에 중계기를 설치하도록 하거나 차량 등에 싣고 다니도록 제안하며 범행에 가담시키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home 윤경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