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대로 일했을 뿐인데, 주류 배달 신분증 요구했다가 폭행 당한 기사

2023-11-2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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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소주 3병을 주문한 고객
서명과 신분증 확인을 요청한 배달라이더

규정대로 일을 하다가 폭행당한 배달기사의 억울한 사연이 알려졌다.

23일 한국일보는 28세 A씨가 당한 일을 보도했다. A씨는 취업을 준비하며 배달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서울 한 아파트에 배달을 갔다가 고객에게 난데없는 폭행을 당했다.

고객은 음식과 함께 소주 3병을 주문했다. 고객은 외관상으로도 중년 남성으로 보였지만, A씨는 주류 주문에 관한 규정대로 고객에게 서명과 신분증 확인을 요청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고객은 A씨가 내민 휴대전화에 선만 하나 긋고 돌아서려 했다. A씨가 다시 서명과 신분증을 요청하자 "너 지금 시비 거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A씨는 "규정대로 하는 것이다. 다음 배달도 가야 해서 손님에게 시비 걸 이유가 없다"며 다시 요청했지만 고객은 욕설과 동시에 그를 밀쳤다고 한다. A씨는 현관문까지 몸이 밀려났다.

A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배달의민족 내 채팅 기능을 통해 상황을 알렸다.

지켜보던 고객은 "신고 다 했어? 그럼 맞아야겠네"라고 말하더니 폭행을 시작했다. 현장에 경찰이 도착해 응급차를 불러 A씨는 겨우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응급실 치료비 170만 원은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고객은 쌍방폭행을 주장했다. 배달의민족 측은 A씨 설명을 듣고도 추가 연락은 없었다.

그가 산재 신청 방법을 문의했더니 "사고 경위는 회사에서 근로복지공단에 알려줄 수 있지만 신청은 직접 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벌써 치료·입원 등으로 300만 원 넘게 들었다"며 "그나마 저는 모아둔 돈도 있고 가족도 '우선 네 몸부터 회복하라'며 지원해 주시지만, 라이더 중에는 생계 힘든 분도 많은데 이런 일을 당하면 얼마나 막막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