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저지른 의사는 면허 박탈' 시행 첫날 대학병원서 대형 폭로 터졌다

2023-1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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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한 대학병원 전공의 4년 차의 폭로
“지도교수의 상습 폭행, 쇠 파이프로 구타”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이른바 '의사면허 박탈법'이 시행된 첫날 대학병원 지도교수에게 상습 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와서 파장이 일고 있다.

광주·전남 소재 지방 사립대학교 신경외과 전공의 4년 차라고 밝힌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상습 폭행에 대해 도와달라'는 제목의 글을 지난 20일 게재했다. 광주·전남에 있는 지방 사립대학교 병원은 조선대학교 병원뿐이다.

A씨가 지도교수 B씨로부터 폭행 당하는 장면 / 보배드림
A씨가 지도교수 B씨로부터 폭행 당하는 장면 / 보배드림

A씨는 담당 지도교수 B씨에게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으며 병원 복도나 환자 앞은 물론 따로 불려 간 자리에서 쇠 파이프로 구타를 당하는가 하면 안경이 날아갈 정도로 뺨을 맞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수가 자기 뒷목을 잡은 채 키보드에 얼굴을 부딪치게 하는 방법으로 폭행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A씨가 함께 첨부한 녹취 파일에는 폭행으로 짐작되는 소리와 함께 "야 한 대라도 안 맞으면…”,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라는 지도교수 육성이 담겼다.

B씨의 폭행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여러 환자가 지나다니는 병원 복도, 외래를 보러 온 환자 앞, 간호사들과 병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도 구타를 서슴지 않았다. 폭행뿐만이 아니다. A씨는 B씨가 수술 결과에 따라 벌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고 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Ground Picture-shutter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Ground Picture-shutterstock.com

A씨는 "지도교수에게 주먹으로 복부를 구타당한 후 한동안 헛기침 증상이 있었을 때, 왜 자꾸 기침하는지 걱정하는 아내에게 병원 침상에 부딪혔다고 둘러댔다”며 “그런 제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가르침을 받는 전공의라는 신분과 지도교수라는 위치 차이에서 오는 두려움에, 분란이 생기면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 참으며 지냈다”며 “그러나 나 하나 참고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폭로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끝으로 "후임 선생님들에게는 (폭행이) 이어지지 않게끔 제 기수에서 악습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선된 수련 환경과 더불어 신경외과 의국 발전을 위해 해당 교수의 해임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대병원 홍보팀은 위키트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사자들을 즉시 분리 조치했고, 교육 수련위원회를 개최해 사실관계 등 관련 사안을 조사·심의할 예정"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개 장소에서 폭행이 이뤄졌음에도 그동안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선 "사실 확인 관계 중"이라고 했다.

한편 의사 등 의료인이 교통사고 등 범법 행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를 취소하는 이른바 '의사면허 박탈법(의료법 개정안)'이 20일부터 시행됐다. 의사·치과의사·한의사는 물론 조산사와 간호사도 적용 대상이다.

의료인이 범죄를 저질러 면허가 취소된 후 면허를 재교부 받으려면 자비를 내고 환자 권리 이해 등 관련 교육을 40시간 이상 받아야 한다. 여기에 면허재교부심의위원회 전체 위원 9명 중 과반(5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료인 면허 재교부 요건이 명확하지 않아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음은 A씨 글 전문.

최근 병원에서 담당 교수에게 상습 폭행을 당해온 전공의입니다. 아랫글은 제가 수련부에 요청한 글이며 증거로 녹취록, 영상 첨부하오니 이 일이 묻히지 않고 추후 다른 전공의들과 전국의 모든 전공의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하는 사례가 되었으면 합니다.

본인은 광주 전남 소재 지방 사립대학교 신경외과 전공의 4년 차로서 그간 있었던 담당 지도 교수의 폭행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담당 지도교수에게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폭행당했습니다. 여러 환자들이 지나다니는 병원 복도에서, 심지어 외래를 보러 온 환자 앞에서, 간호사들과 병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따로 불려 가 수차례 쇠 파이프로 구타당하고, 안경이 날아가 휘어질 정도로 뺨을 맞았으며, 목덜미가 잡힌 채로 컴퓨터 키보드에 얼굴이 처박히기도 했습니다. 폭행뿐만 아니라 수술 결과에 따라 벌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갈취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폭행을 당하면서도 가르침을 받는 전공의라는 제 신분과 지도 교수라는 위치 차이에서 오는 두려움이 너무 커서 꾹꾹 눌러 참으며 지내왔습니다. 전공의 4년 차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 시점까지 “한 번만 더 참자. 하루만 더 참자. 나만 참으면, 나만 모르는 척하면 모두 괜찮을 거다.” 주문을 외며 스스로를 무던히도 달래고 위로해 왔습니다.

제가 이 일을 문제 삼았을 때 해당 지도 교수가 저에게 가할지도 모르는 모종의 해코지에 대한 걱정뿐 아니라 본 과에 생기게 될 분란으로 피해 보게 될 동기 전공의 선생님과 후배 전공의 선생님들, 그리고 환자들에 대한 생각이 저를 가로막았습니다.

레지던트 시스템의 특수한 상황상 제가 빠지게 된다면 다른 전공의 선생님이 해당 지도 교수 파트로 투입되어야 하기에 업무 과중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한 달여가량 남은 전문의 시험 준비 전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력이 중요한 대학병원 환경상 의국에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매일 해당 교수와 함께해야 하는 수술과 회진 시간이 끔찍하게 두려웠으나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두려움을 무릅쓰고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나 하나 참고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나만 참으면, 나만 모르는 척하면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고, 누군가에게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히며, 나아가 결국 본과, 본원, 의료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서 본원 의국 출신 선배님들도 해당 교수에게 구타당한 경험이 있고, 이런 폭행이 계속해서 이어져 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전에는 의례적으로 있었고, 묵인 시 되었다던 의국 수련 과정에서의 폭행에 대해 어떤 이는 “사람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니 맞을 수도 있지.”라거나, “예전에는 다 맞으면서 배웠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피교육자로서 수련받는 과정에 교육의 수단으로 폭행을 자행한다는 것은 교육자로서 자질이 없음을 반증한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교수에 대한 경외심은 그동안의 폭행으로 인한 모멸감, 자존감 하락, 두려움으로 사라진 지 오래이며 이러한 폭행이 계속됐음을 알게 된 이후 후임 선생님들에게는 이어지지 않게끔 제 기수에서만큼은 악습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들 앞에서, 후배들 앞에서, 함께 근무하는 병원 직원들 앞에서 치욕스럽게 구타당하며 수련받아야 더 멋진 진료를 펼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꿈을 위해 아주 오랜 시간 도전하고 또 도전해 왔습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왔는데 마흔이 다 되어가는 이 나이에 처벌을 목적으로 폭행당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치욕스럽고 가해자가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저를 따로 불러 쇠 파이프를 들고 수차례 폭력을 행사하였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두려움에 몸이 떨리고 해당 일이 반복되는 악몽에 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옆방에 있었던 당직의 선생님도 벽을 통해 들려오는 폭행 소리에 몸이 떨리고 무서워서 말리러 나서지도 못했다고 하였습니다.

주먹으로 복부를 구타 당한 후 한동안 헛기침 증상이 있었을 때, 왜 자꾸 기침을 하는지, 감기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하는 아내에게 병원 침상에 부딪혔다고 둘러대는 제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졌습니다.

본원의 미션은 ‘환자 중심의 인술로 고객에게 심신의 온전한 치유를 선사함으로써 국민의 건강한 삶에 기여한다.’이며, 비전 중의 하나는 ‘창의적 교육과 연구를 선도하는 병원’입니다. 하지만 쇠 파이프를 든 교수와 폭행당하는 전공의, 그걸 바라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동료와 후배,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는 병원 직원들과 해당 의료인에게 의료서비스를 받는 환자들. 심신의 온전한 치유나 창의적 교육, 연구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현실 아닙니까?

따라서 저는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근로기준법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 사회에서 시대에 동떨어진 개탄스러운 현실을 알려 경각심을 일깨우고, 후배 전공의 선생님들의 개선된 수련 환경과 더불어 신경외과 의국 발전을 위해 해당 교수의 해임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바입니다.

최근 언론에서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폭력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기에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된다면 모든 의료계가 본원의 처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볼 것입니다. 본원에서 결단력 있고 단호한 조치를 통해 의료 사회 전반의 악습을 끊어내는 좋은 선례를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근로자법에 의거하여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 해주기 바라며, 본인과 해당 교수와의 절대적인 분리를 진행하여 2차 피해를 막아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전문의 시험 준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학업 환경 및 근무 일수에 지장 없게끔 교육수련부 차원에서 보호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정말 큰 용기 내어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ome 신아람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