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표정이…” 어제(11일) 열린 한 축구 선수의 '은퇴식', 모두 눈물 흘렸다
2023-11-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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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식
지난 2020년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유연수
지난 11일 특별한 은퇴식이 열렸다.
바로 음주 교통사고 피해로 하반신이 마비된 제주의 골키퍼 유연수가 축구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FC서울은 이날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6라운드에서 맞붙었다. 해당 경기는 0-0 무승부로, 제주(승점 40)는 9위, 서울(승점 54)은 7위를 유지했다.
경기를 앞두고 안타까운 소식이 지난 8일 전해졌다. 제주 유나이티드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딱 1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당해 현재까지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유연수 선수"라고 시작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어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주며 미래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유연수가 오랜만에 팬 여러분 앞에 선다. 슬프게도 선수로서의 작별 인사지만, 그를 응원하는 마음은 영원할 것이기에 이별은 아니다"며 은퇴 소식을 알렸다.
지난 2020년 제주에 입단한 유연수는 백업 골키퍼로, 지난해까지 총 8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유연수는 팀 동료들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사고로 크게 다친 유연수는 수술받은 뒤 회복에 힘을 쏟았으나 사고 후유증으로 하반신 마비 증상을 보여 '25세'라는 이른 나이에 현역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이날 경기장에서 유연수를 위한 특별한 은퇴식이 개최돼 시선을 사로잡았다. 제주 측은 유연수의 등번호인 '31번'에 맞춰 전반 31분 박수 응원을 진행했고 하프타임에 은퇴식을 열었다.
휠체어에 탄 채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유연수는 "제주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고,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제주 팬들은 물론 서울 팬들도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문의 글과 함께 자신의 축구 인생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아직도 처음 경기장을 들어섰을 때 감정이 생생히 남아있다. 저에게는 '은퇴'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졌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은퇴를 하게 됐다"며 자신의 심정을 전했다.
이어 "16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는데 축구를 시작하고 제주 유나이티드라는 팀에 들어와서 잊지 못할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가서 행복하다"며 "'유연수' 선수를 기억해달라는 저의 바람처럼, 많은 분들이 저를 기억해 주시고 저의 마지막을 함께해 주셔서 덕분에 기억에 남는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연수는 "아낌없는 응원과 박수, 목소리 잊지 않겠다. 그래도 K리그 팬들 덕분에 웃으면서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저는 비록 동료들과 함께하지 못하지만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만은 제주와 함께하겠다"며 글을 마쳤다.
유연수의 은퇴식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짜 억장이 무너진다", "음주운전은 좀 세게 처벌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응원한다", "진짜 너무 화가 나고 마음이 찢어진다",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앞으로 행복하고, 앞길에 좋은 일만 있기를", "부모님 표정이 너무 가슴 아프다" 등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