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총선 불출마 압박에 열 받았나… 버스 90대 동원 행사
2023-11-08 17:39
add remove print link
인요한 용퇴 요구에 세 과시로 맞서나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내년 4월에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할 것을 요구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그는 지난 6일 채널A 유튜브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가 다 알지 않느냐.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어제저녁에도 (당 지도부와 친윤계 인사) 여러 명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전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 지도부를 향해 "대통령을 사랑하면, 나라를 사랑하면, 대한민국 미래가 걱정되면 결단을 내리라"고 했다.
결단을 내려야 할 사람의 이름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인 위원장은 프로그램 진행자가 '결단 대상으로 권성동·장제원 의원이나 김기현 대표가 떠오른다'고 하자 "그중에 한두 명만 결단을 내리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장 의원이 이번 주말 버스가 90대씩이나 동원되는 대대적인 지역구 외곽조직 행사에 참석한다.
장 의원이 부산 사상구에서 3선을 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여원산악회가 토요일인 오는 11일 경남 함양군에서버스 90대가 동원되는 산악회 출범 15주년 행사를 연다. 1967년생인 장 의원은 2008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해 18대 국회에 입성했다. 장 의원은 2008년부터 여원산악회 명예회장을 맡아 공을 들였다. 그런 측면에서 산악회 출범 1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라곤 하지만 사실상 장 의원 정계 입문 15주년을 축하하는 행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와 관련해 여원산악회 관계자는 8일자 한국일보 인터넷판과의 인터뷰에서 "통상적인 산행 때는 버스가 30대 정도, 연례 출범 기념행사 때는 70여 대 정도 동원되는데 이번엔 유독 참석 희망자가 많았다"며 "체육관은 물론 운동장까지 통째로 빌렸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장 의원이 용퇴 요구를 정면 돌파하려는 게 아니냔 말이 나온다. 세 과시를 통해 자신이 건재하다는 점을 알리려 한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지난해 7월 이준석 당시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직후 여원산악회와 함께 함양군 농월정을 찾았다. 그는 장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에서 “코로나19로 멈춰 섰던 여원산악회가 2년 7개월 만에 다시 출발했다. 1100여 회원님들이 버스 23대에 나눠 타고 함양 농월정으로 향했다”라면서 “지난 14년 동안 역경도 시련도 영광도 함께 해왔던 여원(산악회) 가족 여러분들의 사랑과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더욱 열심히 달려가겠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당이 어수선할 때 장 의원이 존재감을 과시한 게 아니냔 말이 나왔다.
장 의원은 지난해 12월 자신과 함께 친윤계 투톱으로 불린 권성동 의원과의 갈등설이 불거졌을 때도 세를 과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경남 합천체육관에서 여원산악회 모임을 가졌다고 밝히면서 "여원산악회 13주년 기념식 및 회장 이취임식을 위해 부산과 경남에서 버스 60대, 3000여 회원이 합천체육관에서 우정을 나누며 단합의 시간을 가졌다"며 "지난 13년간 한결같이 함께 해 주신 회원들과 새롭게 함께하게 된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행사에 참여한 인원의 숫자에 주목했다. 불과 5개월 만에 3배로 불어난 인원이 참여한 것이다.
합천체육관 행사가 열리기 며칠 전 장 의원은 사실상 자신이 주도했던 친윤계 국회의원 모임 ‘국민공감’의 출범식을 가졌다. 당시 출범식엔 국민의힘 의원(115명)의 61.7%인 71명이 참석했다. 이 정도 숫자면 평소 의원총회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일보는 행사장에서 대표 축사를 하기로 했던 장 의원이 관련 보도가 나간 뒤 행사 불참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장 의원이 부산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냔 말도 나온다. 장 의원은 지난 7월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2023년 부산시의정회 정기총회’에서 강연자로 나서 부산시정을 공개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행정을 완전히 쇄신해야 한다. 삼성 미래전략실 같은 기구를 만들어서 부산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앉아서 죽을 거냐 ‘꽥’하고 죽을 거냐인 것이다. 긴장하지 않으면 망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부산 행정을 작심하고 비판하자 부산시장 출마의 본심을 드러냈다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