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도 정답이라고 하는데 교사는 무조건 틀렸다며 '0점'을 줬습니다"
2023-11-0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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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감는다'와 '촘촘하게 감는다'가 무슨 차이?
“교과서에 나온 그대로 쓴 것만 정답이라는 학교”
고등학교 1학년 자녀가 중간고사에서 비중이 큰 주관식 문제의 정답을 사실상 맞히고도 학교 측의 기계적인 대응으로 0점 처리될 처지에 놓였다는 학부모의 주장이 제기됐다. 전교 1등을 달린다는 자녀가 20점짜리 문제에서 0점을 받으면 석차 대폭 하향이 불가피하다. 학부모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1일 엠엘비파크, 개드립, 에펨코리아 등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교 1등 아이가 0점 처리됐습니다'라는 호소 글이 올라왔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아이가 지금까지 전교 1등이었는데 20점짜리 서술형 문제에서 0점 처리가 됐다"며 근거 자료들을 첨부해 누리꾼들의 도움을 구했다.
논란이 된 문항은 지구과학 20점짜리 서술형 문제였다. '솔레노이드(전자석)에서 도선을 어떻게 감아야 하느냐'를 묻는 문제였는데, 학교 측이 제시한 답은 '많이 감는다'였다.
그런데 A씨의 자녀는 '촘촘하게 감는다'라고 썼다. 이에 지구과학 담당 교사는 0점 처리했다.
분통이 터진 A씨는 해당 문항의 팩트 체크에 들어갔다. A씨에 따르면 서울대 나온 교수에게 문의한 결과 오히려 '촘촘하게 감는다'는 게 더 정답에 가깝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인터넷을 뒤져본 결과치도 비슷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자료를 찾아보니 솔레노이드 자체를 설명할 때 '촘촘하게'라는 표현이 나온다"며 "다른 학교에선 '촘촘히 감는다'가 정답인 경우도 있었고, '촘촘히'가 '많이'랑 함께 쓰이거나 거의 같은 뜻으로 설명된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채점한 교사는 '촘촘하게 감아도 부분적으로만 촘촘할 수 있으니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과학 담당 부장 교사와 통화했지만 “교과서에 나온 그대로 쓴 것만 정답”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A씨는 "(학교 측이) 정답은 안되고 부분 점수는 줄 수도 있다고 했는데, 과학이 중간고사 만점자가 너무 많아 이대로라면 아이가 2등급도 어렵고 3등급이나 4등급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이어 "성적 이의 신청 결과도 뻔하니 소송을 고려 중이다. 친구 검사에게 물어보니 100퍼센트 승소할 거라고 한다"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