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살인범' 정유정에게 범행동기를 묻자... 섬뜩한 말이 입에서 나왔다
2023-10-1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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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살해 당한 피해자에 책임 돌리기도
가정 폭력에 대해선 할아버지와 상반된 입장
또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살인마 정유정이 범행동기에 대해 '환생'을 꿈꿨다고 주장했다.
16일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살인 및 사체손괴,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23 ·여)의 두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정유정은 피고인 심문에서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하나 분을 풀기 위해 살해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왜 살인을 했냐?'는 질문에 "분노를 풀겠다고 생각 안 했다. 같이 죽을 사람이 필요했고, 마지막으로 제 얘길 들을 사람도 필요했다"라고 답했다.
또 정유정은 "같이 갈 사람이 필요했다"며 "같이 죽으면 환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같이 죽어서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살해 이유를 밝혔다.
정유정은 범행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피해자의 손에서 정유정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만큼 피해자의 저항은 없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정유정은 "피해자가 제 목을 졸랐다. 얼굴도 뜯었는데 안경이 날아가서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흉기를) 휘둘렀다"며 상반된 진술을 폈다.
정유정은 "범행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지만, 피해자의 가족사진을 보고 시신을 유기해 실종으로 처리하고자 했다"며 "실종으로 꾸미면 (유가족들이) 피해자가 어디엔가는 살아 있다고 생각하기 위해서다"라고 답했다.
이날 정유정의 할아버지인 A씨도 증인으로 출석해 정유정의 어린 시절 가정환경 등을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정유정의 성격이 바뀌기 시작해 북구청에 심리검사를 부탁했고, 정유정은 이를 거부했다"며 "지난해 7월 잠을 자고 있었는데 침대 난간에다 (정유정이) 종이컵에 숯을 넣고 불을 붙여 방안에 연기가 가득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당시 구청 직원이 2차례 정유정의 집에 방문했고, 정유정에게 굉장히 심한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심리 검사를 요청했으나 정유정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정유정은 "(어려움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던 것 같다. 속상하거나 부당한 일이 생겨도 화를 내지 않고 꾹 눌려서 쌓였던 것 같다"며 "살해 전 가방에 흉기들을 챙기는 등 사체 유기에 대한 계획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정유정의 다음 기일을 다음달 6일 오전으로 지정했다.
한편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41분쯤 중학생으로 위장, 과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된 20대 피해 여성의 집으로 가 그를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