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지서 처음 본 남자랑 원나이트“ 대기업 여직원은 왜 자기 치부 까발렸을까

2023-10-1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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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특정·무고한 피해자 양산 가능성
블라인드 계정 매매로 신분 위장했을 수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zenon-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zenon-shutterstock.com

휴가차 떠난 해외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남성과 원나이트를 가진 직후 바로 까였다는 대기업 여직원이 수치심에 온라인에 분노를 표출했다. 누리꾼들의 관심은 자초지종이 아닌 이 여직원의 정체에 꽂혔다.

최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여행 갔다가 남자랑 잤는데'라는 글이 올라왔다.

'여행갔다가 남자랑 잤는데' 사연. / 블라인드
'여행갔다가 남자랑 잤는데' 사연. / 블라인드

국내 굴지의 대기업 A사 직원임을 인증한 B씨(여)는 "나는 휴가로, 그 남자는 출장으로 미국와서 투어 신청하면서 만나게 됐다"며 "저녁에 같이 술 한잔하다가 자게 됐다"고 황당 사연을 꺼냈다.

그는 "며칠을 같이 보내고 (한국으로) 떠나는데 연락처 알려달라고 하니, 한국에 만나는 여자가 있다고 하더라"며 "진짜 열받는다"고 노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유부남 아니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하는데 하…"라고 탄식하고선 "뭐 이런 X 같은 경우가…"라고 육두문자를 써가며 상대남을 맹비난했다.

여행갔다가 남자랑 잤는데' 사연 댓글 창. / 블라인드
여행갔다가 남자랑 잤는데' 사연 댓글 창. / 블라인드

이에 다른 회사 직원이 댓글로 "뭘 믿고 잤냐"고 비웃자, A씨는 "여행지에서 만나서 콩깍지가 씌워졌나 봐. 잘 생겨보였다"고 친절히 답변을 달았다.

댓글 창에서 다른 회사 직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C 회사 직원은 "'자게 됐다'는 말이 무슨 자연적으로 이뤄진 것 마냥 얘기하네"라고 비꼬았고, D 회사 직원은 "잘 모르는 남자랑 잔 거부터 이미 가벼운데 뭘 열받아 하느냐"고 조소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픽사베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픽사베이

해당 게시글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되자 일반 누리꾼들의 시선은 엉뚱하게 B씨의 실체에 꽂혔다.

블라인드가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다고 하나 B씨 소속사가 공개된 상태에서 게시글 단서들을 추적해보면 그의 신상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조회하면 올해 상반기 A사의 여직원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포함해 600여명 선이다. 이 중 알음알음으로 미국으로 휴가 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여직원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수치스러운 에피소드의 당사자가 특정될 수 있는 것은 물론 무고한 여직원이 악소문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B씨가 블라인드 계정을 도용해 A 회사 직원인 것처럼 행세했을 가능성도 있다.

오픈채팅방을 통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계정이 거래되고 있다. / 카카오톡 캡처
오픈채팅방을 통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계정이 거래되고 있다. / 카카오톡 캡처

가입자 800만명이 넘는 익명 기반 플랫폼인 블라인드는 직장 이메일 등을 인증한 현직자만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블라인드 계정 구매합니다', '블라인드 전문직 아이디 삽니다' 등의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전문직 계정의 매매가는 대부분 5만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한편 현행법상 계정 판매와 구매는 엄연한 불법이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 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타인의 동의하에 아이디를 이용했더라도 접속 권한 부여는 해당 플랫폼에 있으므로 법 적용이 가능하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