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시계 훼손한 롤렉스가 2000만원 주겠다면서 내민 황당한 계약서 [첫 보도]
2023-09-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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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2000만원 지급할 테니 영상 싹 지워달라”
유튜브 영상 못 지우면 보상금 돌려주고 책임까지
고객 시계를 훼손한 뒤 오리발을 내민 한국로렉스(롤렉스 한국 지사)가 피해자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겠단 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황당한 계약서를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롤렉스 역삼 CS센터는 지난 4월 고객이 맡긴 시계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다이얼을 훼손한 뒤 가짜 다이얼이니 교체해야 한다고 고객에게 안내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역삼 CS센터는 고객이 가짜 다이얼일 리 없다고 항의하자 수리 과정에서 다이얼이 공기에 노출되자 문자가 날아갔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이후 수리기사가 다이얼의 문자를 훼손한 사실이 드러났다.
CS센터는 피해자가 현행 문자판으로 교체해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자 500만원을 위로금 명목으로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의 내용을 비밀로 유지해달라고 요구했다. 피로감을 느낀 A씨가 제안을 수용하자 CS센터는 다시 말을 바꿨다. 500만원을 지급하는 대신 500만원 상당의 수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이 피해자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알려지면서 한국로렉스는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시계 전문 유튜브 채널 실리언즈에 따르면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롤렉스 스위스 본사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한국로렉스 지사장을 교체했다. 아울러 최근 피해자에게 2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시계 수리비도 환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영문으로 작성된 계약서를 피해자에게 건넸다.
문제는 이 계약서에 황당한 조항이 적혀 있다는 것. 실리언즈에 따르면 한국로렉스는 이번 사건을 다룬 방송뉴스와 유튜브 동영상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관련 영상을 모두 지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영상을 지우지 못할 경우 피해자는 한국로렉스에 보상금을 돌려주고 계약서 조항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 실리언즈는 “이 사건을 자문하는 법무법인으로부터 피해자에게 보복하기 위한 저의가 강력하게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없도록 계약서를 영문으로 작성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 고객이 당한 일은 7월 21일자 위키트리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7월 21일자 위키트리 기사>
“소비자 기만에 신뢰 저버려” 명품 시계 브랜드, CS 논란 터졌다 (분노주의)
한 누리꾼이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시계의 수리를 의뢰했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는 '롤렉스 역삼 공식 CS 센터에서 생긴 일'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이날 해당 게시글 작성자 A씨는 "최근 롤렉스 역삼 공식 CS센터에서 꽤 황당하고 심각한 일이 있어서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시계 포럼 여러분들의 의중을 여쭙고자 글을 올리게 되었다"고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먼저 저에겐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오래된 빈티지 롤렉스 시계가 있다"며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조부께서 대학생이던 시기에 구매하신 시계이기도 하고 시리얼번호를 통해 유추해보았을 때 1952년에서 1962년 사이에 만들어진 시계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A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빈티지 롤렉스 시계의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공개된 시계는 오랜 세월이 지난 물건임에도 잘 관리된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그는 "처음 시계를 받았을 당시에 이미 오래전 멈춘 상태로 받았었고 제가 사용을 하기 위해선 시계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이런 시계를 다루게 된 게 처음이라 어디서 수리할 지 한참 고민하다가 제대로 수리하기 위해 올해 4월 역삼 롤렉스 코리아 CS센터를 방문하였다"고 알렸다.
다만 A씨는 "처음 롤렉스 담당자께서 시계를 보시더니 시계가 이미 나온 지 오래된 모델이라 내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품 교체가 필요한 경우 부품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고 아예 스위스로 보내서 수리를 진행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엔지니어가 시계 뒷 판을 열고 시계 상태를 체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롤렉스 상담직원은 관리가 잘 되어 특별히 주요한 부품 교체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고 100만 원 상당의 오버홀을 통해서도 수리 진행이 가능하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데 약 2주 뒤, CS센터에서 처음에 진품으로 판정되던 문자판이 가품으로 판정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기존 문자판이 아닌 100만 원 상당의 추가금을 지불하고 교체해야 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며 "또 기존 문자판은 정책상 교체 시 돌려받을 수 없다고 하셨다"고 토로했다.
또 "사실 저는 추가금이나 이런 문제들보다도 제가 물려받은 할아버지의 시계의 원형을 보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해당 시계는 오래된 연식만큼 고유한 모습이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시계인데 이를 교체할 경우 그것을 잃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진가품 여부를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롤렉스 스위스 본사에 시계의 진가품 여부에 대한 메일을 보내게 되었다"며 "스위스에서의 판단으로는 시계의 문자판 형상으로 보아 가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추가적인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후 그는 "이를 토대로 다시 한번 롤렉스 코리아 CS 센터에 스위스 회신 내용을 전달드렸다"며 "다만 해당 내용을 들은 롤렉스 코리아 CS 측의 직원은 사뭇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롤렉스 스위스랑 나눈 이야기에 대해 상세히 여쭤보셨고 다시 한번 진가품 여부를 판정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 이후 가품이 아닌 진품이었으며, 수리도 원래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며 "만약 스위스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더라면 엔지니어의 잘못된 판단으로 추가금을 지불하면서 불필요하게 교체했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황당했다"고 회상했다.
나아가 그는 "시계의 인도 예정일이 되어 다시 롤렉스 CS 센터를 찾아갔다"며 "근데 시계를 받고 살펴보니 앞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과정들이 이해가 가더라"고 말해 호기심을 자아냈다.
A씨는 "시계의 문자판에 적혀있던 'ROYAL'의 문자에서 절반이 번져서 지워져 있었다. 육안으로도 너무 쉽게 글씨가 무너진 게 보이는 수준이라 바로 이 부분에 대해 담당 직원에게 여쭤보았다"고 알렸다.
A씨의 질문에 담당 직원은 "당초 담당 엔지니어가 문자판을 만지지는 않으셨을 거라며 살펴보더니 '수리 과정에서 문자판의 글씨가 일부 지워진 것은 맞지만 롤렉스 코리아도 이 부분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씀하셨다"며 "근데 당초 진가품 여부를 확인할 때 3주 이상 살펴보셨다고 그래놓고 어떻게 육안으로도 쉽게 보이는 수리 과정에서의 손상 부분을 모르셨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롤렉스 코리아가 수리 과정에서 이렇게 쉽게 식별 가능한 영구적인 손상을 시계를 고객에게 인도하면서까지 몰랐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더 큰 문제"라고도 꼬집었다.
그는 "정말 더 이상 롤렉스 CS에 대한 신뢰가 생기질 않았다. 그래도 이 상태로 그냥 갈 수가 없어서 문자 복원이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당장 한국에서는 어렵고 스위스에 보내거나 문의를 해봐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롤렉스 CS 직원은 이미 손상된 다이얼을 굳이 더 수리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그럼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 보상 가능하냐 물었더니 시계가 수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해주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결국 저는 이 경우 어떠한 보상이 가능할지 내부적으로 좀 더 검토해 달라는 말밖에는 못 한 채 매장을 나오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한동안 생각을 하는데 정말 속상하더라. 수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부분, 육안으로도 식별 가능한 큰 손상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보상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롤렉스 CS 센터의 입장은 쉽게 수용하기 어려웠다"며 "분명 유수의 시계 브랜드 중에서도 정직함과 신뢰를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독보적인 회사이지만, 제가 받은 서비스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신뢰를 저버리는 등 믿기 힘들 정도로 실망스러운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볼 때 여러분들께서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냐?"며 "혹시 몰라 롤렉스 CS 센터와 나눈 모든 대화 내용은 녹음 해두긴 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CS 센터의 만행에 분노를 참지 못했다.
한 누리꾼은 "CS 귀책이니 스위스로 보내서 원상태로 복원해오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멀쩡한 시계를 이 모양을 만든 것만 해도 화날 일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하시는 정황이 맞는 것 같아서 더 화가 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들은 빈티지 제품들도 원 상태로 정비해 줍니다. 가격이 많이 비싸서 안 하는 것일 뿐이죠. 롤렉스 홈페이지도 잘 뒤져보시면 해당 내용 있을지 모르겠네요"라고 조언했다.
다른 누리꾼들 역시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요. 사기 치다 걸린 것 같은데...", "자신들의 실수로 귀책 사유가 롤렉스에 있는 상황에서, 고객을 기망하여 추가로 요금을 받아내는 금전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했으면 이건 사기 아닌가요?", "이슈가 되면 해결해 줄 거고, 이슈가 안 되면 블랙컨슈머 진상 취급할 겁니다", "방송국에 신고하세요. 바로 취재 나올 거 같네요", "동네 구멍가게도 아닌데 진짜 제가 다 속상하네요", "제품 망가뜨리고 그걸 책임지기 싫어서 가품으로 속이고 소비자를 기만하려고 했네요. 브랜드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 먹네", "전 세계 해외 토픽으로 올라갈 일. 실수로 지워 놓고 다이얼 교체해야 된다고 돈을 받네요. 이실직고하고 공짜로 해 줘도 모자랄 판인데" 등의 댓글을 남겼다. <강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