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아이유 현실판'이라는 찬사 나오는 30세 여자 현장소장 (영상)
2023-09-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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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 기울어 중1 때부터 눈물의 가족 부양
누리꾼들 “아이유도 저리 가라 수준이네”
서울 강남의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다 기울어진 가세와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14살 중1 때부터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어 가족을 부양했고 지금은 어엿한 건설 현장소장이 된 30살 억척 여성이 화제다. 역경의 시간을 조심스럽게 꺼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에게 누리꾼들은 2018년 방영된 화제작 '나의 아저씨'의 여주인공 아이유의 현실판이라며 응원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아이유는 6살의 나이에 할머니와 홀로 남겨져 부모가 진 빚을 떠안는 퍽퍽한 현실을 온몸으로 부딪치는 현실적인 청춘을 밀도 있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올해 초 유튜브 '2030도전'의 채널에 올라온 '아버지 사업 실패 후 생긴 빚으로 중1 때부터 전단지 돌린 30세 소녀'라는 영상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조명됐다.
영상에 등장한 A씨(30·여)의 직업은 여자와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건설 현장소장이다. 웬만한 체력으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노동 현장에서 차별마저도 이겨낸 그가 지나온 역경의 터널을 아는 이는 적다.
그는 "강남에서 살다가 초등 6학년 때 집안이 갑자기 어려워졌다"며 "아버지는 충격이 크셔서 몇 달 동안 방에서 안 나오셨다. 치매가 오셨고 지금까지도 그렇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저도 사실 충격이었다. 그때 경기도로 이사 와서 개구리 울음소리를 처음 들어봤다"며 "우선 먹는 게 너무 달랐다. 밥에 김치만 먹었다. 반찬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A씨는 "중학교 1학년 올라가서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데 40~50분이 걸렸다. 걸어 다니면서 전단지 돌리는 알바 자리를 보게 됐다"며 "3~4시간 일하면 1만5000원. 14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전단지 알바를 시작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1만5000원이 하루하루 쌓이다보면 어느 정도 목돈이 되지 않나 그러니까 쉴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전단지 알바하면서 치킨집 주방에서도 일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는 4시 반에 가게까지 30분 걸어가서 오후 10~11시까지 일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본래 고기를 좋아해 햄이라도 먹고 싶었다. 소시지라도"라며 "아파트 한 동 전단지를 1~2시간 돌리면 4000원 벌었다. 3~4시간 해서 3개 동 돌리면 1만2000~1만5000원을 벌었다. 소시지도 사 먹을 수 있었고 집에 반찬을 사 갈 수도 있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고등학교는 안 가려고 했다고.
A씨는 "중학교 졸업 후 공장에 취직하려 했는데 장학금에 교복도 맞춰주고 식비도 준다고 해서 공업고에 가게 됐다"며 "생활 패턴은 똑같았다. 오후 4시 반에 수업 끝나면 햄버거 가게에서 10~11시까지 일하고 주말은 쭉 풀로 일했다"고 했다.
당시에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2000원 후반에서 3000원대여서 한달에 70만~80만 원 벌었다고 했다.
고교를 중퇴하고 공장에서 일하면서 검정고시를 땄다는 A씨는 "수만 가지 공장은 다 가본 것 같다. 분식점 주방, 빵집, 찜질방 카운터에서도 일하고 우유배달도 했다. 네일숍에서 발 씻기는 것도 해봤다"며 "꾀부리지 않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빨리 습득해 도움이 돼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일 해왔다"고 자부했다.
유튜버가 "한 군데 오래 다닐 수도 있는데 왜 이리 옮기게 됐냐"고 묻자 "어릴 때는 임금 체불도 심했고 빵집에서는 빵이 다 팔릴 때까지 집을 안 보내주기도 했다"며 "성추행도 당했는데 돈을 벌어야 하니 신고도 못 했다"고 털어놨다.
알바로 어느 정도 수입이 되면서 집안이 안정돼 가자 이번에는 어머니가 아프기 시작했다. 병인지도 모르고 그냥 말라가셨다. 뼈밖에 안 남을 정도로. 알고 보니 백혈병이었다.
A씨는 "병원비가 만만찮았다. 수중에 모은 돈이 다 떨어져서 경기 평택 집에서 생수 물통에 물 길어서 서울 병원까지 왔다 갔다 했다. 물 살 돈이 없어서"라며 " 지금은 골수 이식도 하시고 호전되셨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10년이 정말 1년 같다. 지나간 세월이 꿈만 같다"며 "학력도, 경력도 없는 어린 여자였다. 안 좋은 조건은 다 갖춰져 있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할 수 있다. 안 되는 건 없다"고 힘줘 말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여자지만 존경스럽다", "표정도 밝네. 멘털이 부럽다", "아이유도 저리 가라 수준이다", "뭘 해도 더 성공하시겠다", "뜨신 밥 먹고 엄마가 잔소리하면 성질부터 내는 자택 경비원들 반성하자", "태어날 때부터 경기도에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힘내세요" 등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