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첫날부터 이용객들 조마조마…“표 겨우 구했어요”
2023-09-1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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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첫날 큰 혼란 없었지만, 이용객 불편 초래
철도 노조 “경부선·호남선 좌석 감축…철도 쪼개기 저지”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나흘간 한시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파업 첫날인 14일 오전께부터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차편 대거 운행 중지 등의 혼란은 없었지만 대전역을 찾은 시민들은 혹시라도 표를 구하지 못할까 봐 심란한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11시께 대전역 현장 예매 창구에는 표를 사려고 기다리는 시민들 20여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대형 전광판과 모니터에는 '파업에 따른 열차 시각과 운행 상황을 확인해달라'는 문구가 계속해서 나왔다.
육종암 진단을 받은 뒤 넉 달간 매주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간다는 김모(79)씨는 수서행 SRT 열차표를 가까스로 구했다고 했다.
그는 대합실에 있는 TV에 나오는 파업 뉴스를 지켜보며 "당장 SRT 열차는 무리 없이 다니지만, 파업이 이어지면 SRT 표도 구하기가 어려워질 텐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여행 가방 2개를 내려놓은 미국인 사업가 스콧(65)씨는 "1주일간의 대전 출장을 마치고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날인데 대전역에 와서야 파업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30분 뒤 서울행 KTX 표를 예매할 수 있어 제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며 이마에 가득 맺힌 땀을 닦았다.
일부 시민들은 열차 운행 중단 소식을 듣고 황급히 역사를 빠져나가거나, 가족과 연락하기 바빴다.
최모(67)씨는 "딸네 부부를 보러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며 "열차가 진주까지는 안 간다는데 이게 뭔 일이라예"라며 딸에게 급히 전화를 걸기도 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는 "오전까지 무궁화·ITX 새마을호를 제외한 KTX 열차는 일부 편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다"며 "오후 5시께 정확한 운행률 통계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이날 전국 지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하고 서울을 비롯해 부산·대전·영주·광주송정역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전지방본부 소속 노조원 등 1천500여명(경찰추산)은 오전 11시 40분께 대전역 동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수서행 고속철도(KTX)투입 등 공공철도 확대를 촉구했다.
집회참가자들은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철도 민영화 정책중단', '수서행 KTX 운행'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코레일 본사를 향해 항의성 함성을 내질렀다.
노조는 "SRT 확대로 경부선 대전역과 동대구역, 호남선 좌석이 축소돼 국민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며 "정부는 철도 쪼개기를 중단하고 시민 불편을 방관하지 말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