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약속 안 지켜서…” 가해 학부모 해명에 꾹 참던 사망 여교사 남편, 결국 폭발
2023-09-1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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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폭로되자 온라인에 해명글 올린 가해 학부모들
숨진 대전 여교사 남편, 가해 학부모들 고소 결정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대전 초등교사 유족이 가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
13일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숨진 여교사 남편 A씨는 사자명예훼손과 협박 등 혐의로 학부모 B씨 등을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가해 학부모로 지목돼 신상이 폭로된 B씨의 입장문이 올라왔다. 그는 "1학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 아이에게 틱장애 증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보니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아이 손이 친구 뺨에 맞았고, 선생님이 제 아이와 뺨을 맞은 친구를 반 아이들 앞에 서게 해 사과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학부모는 교사가 학생들 앞에 아이를 홀로 세워두고 어떤 벌을 받으면 좋을지 한 사람씩 의견을 물었다며 아이를 교장실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후 숨진 교사에게 직접 면담을 신청했다는 학부모는 '인민재판식 처벌방식'을 지양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아이를 일찍 등교시킬 테니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면담 이후 교사가 병가로 출근하지 않자 "선생님이 아이와 약속한 내용이 지켜지지 않아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결정하게 됐다"면서도 "선생님께 반말하거나, 퇴근 길에 기다렸다 괴롭히거나, 길거리에 못 돌아다니게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숨진 여교사 남편 A씨는 온라인에 올라온 가해 학부모 입장문에 "말씀 많이 들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등 댓글을 직접 남기며 간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A씨는 지난 1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내가 학부모들로부터 고통을 받아왔지만, 교사로서 이들을 신고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며 "저 역시 이를 지켜보면서도 지금껏 속앓이만 해왔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이들이 많이 불안해 한다. 아직 학교에 가려 하지 않아서 집에서 24시간 계속 돌보고 있다"며 "활동에 제약이 많다. 힘을 내려고 하는데도 많이 힘들다"는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고소 결정과 관련해 학부모 B씨 등이 사실과 다른 내용의 글을 올려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입장문에 포함된 "선생님이 '인민재판식 처벌방식'을 했다"고 하거나 "자신은 선생님을 괴롭힌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며 분노했다. 지난해 B씨 등이 숨진 교사에게 무리한 사과를 요구하며 협박한 부분도 고발장 내용에 포함할 예정이다.
또 당시 학교 관리자들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지 않았던 것과 교권 침해 행위를 방치한 것에 대해서도 고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유족 측은 법리 검토를 마친 뒤 10월 초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