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실 부스' 가져다 본인 소유 전원주택 마당에 설치한 현직 소방서장
2023-09-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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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물 무단반출한 소방서장
논란 일자“잠시 보관한 것”해명
경남 창원의 한 소방서장이 공공기물인 '흡연실' 부스를 임의로 가져갔다가 딱 걸렸다.
부스와 일부 자재를 시 외곽의 한 공터로 옮겨놨는데, 알고 보니 본인 소유의 전원주택 인근이었다.
KBS경남은 창원의 한 소방서 휴식 공간 정비 공사 과정에서 일어난 황당한 일을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해당 소방서는 건물 외부에 무더위 쉼터를 조성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기존에 있던 흡연실(2016년 3월 조성) 자리에 정자를 설치해 직원들이 쉴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공사는 계획대로 차질 없이 이뤄졌다. 그런데 현장 관계자들의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철거해 둔 흡연실 부스와 공사 자재인 축조 블록 20여 개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공사 내역서를 확인해 실제 시공된 자재를 파악한 결과 사라진 블록은 23~24개 정도였다.
감쪽같이 사라진 자재들의 행방은 얼마 뒤 창원시 외곽의 한 공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소방서와 약 26㎞ 떨어진 곳이었다.
이 땅의 소유주는 다름 아닌 해당 소방서장 A 씨로 파악됐다. A 씨는 퇴직 이후 귀농을 목적으로 이곳에 땅을 매입, 전원주택을 조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졌던 가로 3m·세로 2m·높이 2.5m 규모의 흡연실 부스는 A 씨 소유 대지에 떡 하니 세워져 있었다. 없어진 자재도 옆에 그대로 쌓여있었다.
KBS에 따르면 이 부스와 자재는 모두 시 예산으로 사들인 것이다. 흡연실 부스(새 제품 기준)는 조달청에서 400~50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A 씨는 정상적인 행정 절차(불용 처리 등)를 밟지 않고 무단 반출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반도 공사를 맡은 업체를 통해 진행했으나, 별다른 비용을 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 A 씨는 "흡연실 등은 다른 119안전센터에서 재사용하기 위해 잠시 보관해 둔 것뿐"이라며 "개인적으로 사용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운반도) 친분이 있는 업체 대표가 선의로 도와준 것뿐이다. 대가성은 없었다"라고 KBS에 밝혔다.
이 사실이 지난달 말 제보를 통해 시에 접수되자, A 씨는 흡연실 부스를 다시 소방서로 옮겨 놓았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축조 블록 등 자재는 현재까지도 전원주택 인근에 있다고 한다.
A 씨 비위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한 창원시 감사실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 등도 검토하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현재 이해충돌방지법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관련 결과는 이달 중으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