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잘못해 유통기한 지난 전투식량, 2018년부터 군인들에게 보급

2023-09-0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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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단독 납품 맡았던 업체 행태
식약처의 문제 제기에도 달라진 게 없어

군인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 지급됐다.

7일 매일경제는 "군에 '전투식량Ⅱ형(동결건조형)'을 납품해온 업체 제품 중 일부가 불량 포장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A업체는 지난 2018년부터 군에 단독 납품을 도맡아왔다.

A업체 유통기한 외부기관 검증 의뢰서인 '품목제조보고서'에 따르면 A업체는 전투식량에 포함된 참기름과 옥수수유의 유통기한 승인을 생산공장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에서 허위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투식량Ⅱ형은 비빔밥·된장국·초콜릿·수프·참기름·옥수수유 6가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참기름은 폴리에틸렌과 나일론 재질로 1차 밀봉 포장을 한 뒤 두 겹의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와 나일론, 폴리에틸렌 재질의 네 겹 포장재로 이중 포장하면 유통기한을 제조일로부터 39개월간 인정받는다.

서울 서초구청에서 열린 서초구 을지연습 안보 체험행사를 찾은 어린이들이 전투식량 체험을 하고 있다. / 뉴스1
서울 서초구청에서 열린 서초구 을지연습 안보 체험행사를 찾은 어린이들이 전투식량 체험을 하고 있다. / 뉴스1

하지만 A업체는 1차 밀봉 포장밖에 하지 않았으며, A업체 생산공장이 있던 경기 화성시는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채 유통기한을 승인해줬다.

또한 전투식량을 2016년 군에 납품하기 시작했는데 보고서는 2012년 12월자로 돼 있고, 의뢰 기관명은 '중앙대 산학협력단'으로 나와 있으나 연구책임자 이름은 적혀 있지 않는 등 허술한 부분이 상당수 드러났다.

옥수수유는 '주석도금강판(두께 0.155~0.6㎜의 강판)' 방식으로 포장해야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42개월로 인정되는데 실제로는 비닐로만 포장돼 있었다. 옥수수유에 대한 보고서에는 의뢰 기관명, 연구책임자, 직인 등이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

을지연습 첫 날인 22일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소회의실에서 정관주 1차관을 비롯한 실국장들이 비상용 전투식량을 먹고 있다. / 뉴스1
을지연습 첫 날인 22일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소회의실에서 정관주 1차관을 비롯한 실국장들이 비상용 전투식량을 먹고 있다. / 뉴스1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8년에 이미 군 전투식량 유통기한 문제를 지적했지만 지금까지도 회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불량 전투식량' 약 170만개가 비축돼 있다고 한다.

식약처는 "국내에 유통되는 참기름, 옥수수유, 초콜릿 가운데 유통기한이 3년 이상인 제품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참기름과 옥수수유는 유통기한이 2년 미만이고, 초콜릿은 1년 미만"이라고 밝혔다.

포항시청사 2층 로비에서 포항시청 어린이집 원생들이 해병대 1사단 화생방지원대대 장병들의 도움으로 전투식량 체험을 하고 있다. / 뉴스1
포항시청사 2층 로비에서 포항시청 어린이집 원생들이 해병대 1사단 화생방지원대대 장병들의 도움으로 전투식량 체험을 하고 있다. / 뉴스1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지자체가 합법적으로 유통기한을 승인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계약만 진행했을 뿐 유통기한 검증은 하지 않는다. 검증 책임은 국방기술품질원에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유통기한 승인 절차를 밟기 때문에 우리 기관에서 따로 유통기한에 대한 연구를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