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에 든 유독물질 물인 줄 알고 마신 여직원...52일 째 '의식불명'

2023-08-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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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렌즈 관련 물질 검사하는 업무 맡은 30대 여성
물인 줄 알고 마셨던 물질은 무색의 유독성 용액 '불산'

경기도의 한 중견기업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6월 28일 오후 4시 경기 동두천시 소재 한 중견기업에서 30대 여성 근로자 A 씨가 유독물질의 한 종류인 '불산'이 들어간 용액을 마시는 사고를 당했다.

A 씨는 검사실에서 광학렌즈 관련 물질을 검사하는 업무를 맡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A 씨는 종이컵에 물을 따라 마시곤 했는데, 사건 당일도 현미경 검사를 마친 후 무심코 책상 위에 올려진 종이컵을 발견했다.

해당 종이컵은 직장 동료 B 씨가 검사를 위해 올려둔 것이었다.

종이컵 자료 사진 / rumistudio-shuttestock.com
종이컵 자료 사진 / rumistudio-shuttestock.com

안타깝게도 종이컵 안에는 물이 아닌 무색의 유독성 용액 '불산'이 들어있었다. 불산은 주로 세척제로 사용된다.

종이컵 안의 불산을 물인 줄 알고 마신 A 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의료진은 A 씨의 몸 안에 있는 유독성 용액을 빼내기 위해 '인공심폐장치'(에크모, ECMO)를 달고 투석 치료를 시행했다.

다행히 치료 이후 A 씨의 맥박과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사건 발생 52일이 지난 현재까지 의식은 되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고의성, 과실 여부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목격자 진술 등을 확보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고의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 측은 유독성 물질 관리 소홀 여부 등 회사가 관련 법규를 확인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 측을 상대로 업무상과실치상,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유독 물질 관리에 소홀한 부분을 발견하고 처벌 범위 등을 따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검토할 측면이 많아 사건 종결까지 꽤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home 김유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