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선명한 사인…고 채수근 상병 사건 보고서 내용 공개
2023-08-16 18:04
add remove print link
배석한 참모진들에게 의견도 물었던 국방부 장관
대면 보고 다음 날 갑자기 달라진 상황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16일 JTBC는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던 조사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모두 11페이지 분량이다. 임성근 해병 1사단장과 박성현 7여단장 등 해병대 지휘부를 비롯해 포11대대장과 포7대대장, 중대장 그리고 하급 간부 3명 등 총 8명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돼 있다.
특히 임성근 사단장에 대한 혐의 사실이 가장 구체적으로 쓰여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임 사단장은 지난달 15일 오전 7시 20분 실종자 수색 지원 요청을 받았지만 부대에는 알리지 않았다.
이틀 뒤 예천으로 출발할 때가 돼서야 실종자 수색을 지시했다.
실종자 수색 작업이 시작된 후에는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에 대한 지시를 내린 것도 없다. 해병대 복장 통일과 언론 공보에 신경 쓴 흔적은 여실히 남아 있다.
박정훈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은 임 사단장의 위와 같은 지시에 현장 지휘관들이 부담을 느꼈고, 안전 장비도 없이 무리하게 수색 작업을 진행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오후 4시 박정훈 대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을 직접 대면 보고했다. 이 장관은 배석했던 참모진에게 과실 치사 혐의 적용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사 결과인 것 같다"는 답을 듣고 보고서에 직접 서명했다. JTBC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실제로 이 장관의 서명이 선명히 남아 있다.
위키트리가 JTBC 보고서에 쓰여 있는 내용(수사 결과 요약본)을 확인한 결과 정확한 본문은 다음과 같다.
해병대 1사단 고 상병 채수근 사망원인을 수사한 결과 제대별 지휘관들에게 실종자 수색작전 임무부여와 작전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긴급하게 현장에 투입되어 임무수행에 필요한 안전장구(구명의, 로프 등)를 휴대하지 않았고, 안전에 관한 지휘관심을 소홀히 하여 실질적인 안전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색작전을 실시하였으며, 사단장 작전지도간 지적사항 등으로 예하 지휘관이 지휘부담을 느껴 허리 아래 입수를 지시(전파)하게 되어 사고자가 수색작전 임무수행 중 사망하게 된 것으로 판단됨.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에 이관 예정임.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정훈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 보고서의 경찰 이첩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이 장관이 대면 보고를 받을 때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박 대령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모두 5차례 전화를 걸어 반복적으로 지시를 했다.
박 대령은 "유 법무관리관하고 총 5차례 통화를 하면서 죄명을 빼라, 혐의 사실을 빼라, 혐의자를 빼라 등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며 외압으로 느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