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 둘이나 죽인 엄마에게 법원 "승낙살인 인정된다"
2023-08-14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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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사기 당해 신변 비관한 엄마
자신도 극단적 선택하려 했지만 살아남아
국내 법조계가 '승낙살인'이란 걸 인정했다.
지난 14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9일 새벽 전남 담양군의 한 도로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24세 첫째 딸, 17살 둘째 딸을 목 졸라 살해했다. 범행 후 그는 자해했지만 죽진 않았다.
수사 결과 A씨는 범행 한 달여 전 20년지기 지인으로부터 4억 원 상당의 투자금 사기를 당한 뒤 신변을 비관해 딸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당시 A씨는 둘째딸을 먼저 살해한 후 큰 딸에게 "너도 세상 미련 없지?"라고 물었고, 큰딸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두 딸에 대한 범행을 모두 살인으로 보고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1심은 "비록 피고인이 극심한 상실감과 우울증으로 인해 딸들을 더 이상 책임지기 어렵다는 절망감에 이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성인이거나 성인에 가까운 딸들이 스스로 인생을 살아 나갈 기회를 박탈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큰딸은 범행 전부터 피고인과 함께 생을 마감하기로 했고, 딸들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피해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등 피고인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었다"며 "남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밝히는 등 사정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선고하면서도 큰딸에 대한 범행을 '승낙살인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승낙살인이란 피해자의 동의를 받고 살해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첫째 딸이 범행 장소까지 직접 운전하는 등 범행에 협조했고 '세상에 미련이 없다'고 언급한 점, 죽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였던 점에 비춰 승낙살인죄의 요건인 '자유의사에 따른 진지하고 종국적인 승낙'이 충족됐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