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간 만에 석방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 상황이 다시 뒤집혔다
2023-08-0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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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사고 내고도 석방된 롤스로이스 운전자
강남경찰서 측 “이번 주중 구속영장 신청 예정”
운전 중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에게 중상을 입힌 일명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가 석방됐다가 다시 구속될 상황에 놓였다.
당초 신원을 보증하겠다는 변호사 말에 따라 해당 운전자 석방을 결정했던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뉴스가 단독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가중법) 위반 혐의로 운전자 신모씨(28·남)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르면 이번 주중에 신청할 방침이다.
신 씨는 앞서 지난 2일 오후 8시 10분쯤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과 건물 외벽 등을 들이받았다. (관련 기사 보기)
이 사고로 다친 여성은 양쪽 다리가 골절되고, 머리 일부와 배 부위를 다쳤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 위중한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 신 씨는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나,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고, 마약 간이 시약 검사 결과 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왔다. 케타민은 전신 마취 유도·유지, 통증 경감을 위해 사람과 동물에 사용하는 해리성 전신마취제인데, 진통과 환각 작용이 있어 마약으로 오용되고 있다.
신 씨는 사고 직후 "조수석 서랍에 있는 담배를 꺼내려다 그랬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행범으로 신 씨를 체포, 경찰서에서 조사를 이어갔으나 17시간 만에 그를 풀어줬다.
처참한 사고를 내고도 금세 풀려날 수 있었던 건 신 씨가 선임한 대형 로펌 변호사 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머니투데이는 단독 보도를 통해 "경찰 관계자는 신 씨를 석방한 이유에 대해 '피의자의 변호사가 신원보증을 하고 책임지겠다고 해서 석방해 줬다'고 밝혔다"며 "신 씨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알렸다.
이어 "경찰은 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병원에서 케타민 주사를 맞았다는 소명서를 제출하고 싶어 했다. 소명서는 본인이 아니면 발급받을 수 없다', '구속할 만한 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 씨의 석방이 알려진 뒤 온라인에선 경찰 대처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를 통해 신 씨의 과거 행적, 피해자 현재 상태 등이 전해지면서 공분은 더 커졌다.
현직 변호사인 천호성 법률사무소 디스커버리 대표 변호사도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빡친변호사'에 "진짜 강남경찰서 제정신인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는 두 다리를 절단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을 당했는데도 대형로펌이 신원 보증해 줬다고 그걸 받아준다는 게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할 짓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분노에 치가 떨린다"라는 글을 남기며 분통을 터뜨렸다.
천 변호사는 "석방되는 게 뭐가 대수냐고 하겠지만 피의자가 구속 수사를 받는 거랑 불구속 수사를 받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불구속 수사를 하는 순간 피의자와 관련 있는 쟁점에 대해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을 때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하고 증거를 제대로 수집해야 했다"고 주장, 느슨한 경찰의 태도에 책임을 물었다.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경찰은 신 씨 구속을 검토, 파이낸셜뉴스 측에 "증거 영장을 발부받아 추가 증거를 확보한 뒤 이번 주중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