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들이 더위 못 견뎌 아파트로 진출… 난리 난 인천 아파트 상황
2023-08-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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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 못 견뎌 아파트로 진출한 뱀
“도심에서 뱀 발견하면 즉시 119에 신고”
대형 아파트가 즐비한 도시 한가운데에 뱀이 출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주인과 함께 산책 중이던 개가 풀숲에서 갑자기 뛰쳐나온 뱀에게 물리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단지 곳곳에 백반을 뿌리는 등 대대적인 뱀 소탕 작업에 착수했다고 연합뉴스가 1일 보도했다.
뱀 출몰 신고는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전남 여수 한 주택가에서 길이 2m가량의 구렁이가 발견돼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인근 야산에 풀어줬다.
지난달 30일에는 강원 강릉 도심에서 길이 1.4m의 뱀이 출몰했다. 소방이 주차된 차량 보닛에 숨은 뱀을 30여 분 만에 가까스로 포획해 인근 야산에 방생했다.
용인시에 사는 권 모 씨는 1일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작은 공원에 뱀이 나타났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동 입구마다 붙었다"며 "공원에 바닥 분수가 있어 여름철엔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인데 뱀에게 물릴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여름철에 아파트 단지 안까지 뱀 출몰이 잦은 이유는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서식이 쉬운 주거지로 뱀이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창득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은 "찌는 듯한 더위에 뱀 역시 덥기 때문에 체온을 낮추기 위해 그늘 같은 시원한 곳을 찾아다닌다"며 "도심 아파트 단지 내 나무가 많은 산책로나 인공 폭포 등지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온동물인 뱀은 건조하고 춥거나 습하고 더운 극단적인 기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겨울 동면에 들거나 여름에 여름잠을 자는 습성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 즉 덥고 습한 야생에서 버티지 못한 뱀이 상대적으로 적당한 습도와 기온을 갖춘 도심으로 모여든다는 것이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강 변 등 수변 지역에는 사람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설치류가 많고 이를 잡아먹는 뱀에겐 서식이 쉬울 수 있다"며 "한강 둔치엔 수풀이 많고 물이 가까워 뱀이 선호하는 환경"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통상 뱀이 위험한 동물로 인식되지만 발견했더라도 함부로 포획해선 안 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 서식 중인 대부분 뱀이 포획 금지 대상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대륙유혈목이와 능구렁이, 실뱀, 누룩뱀, 살모사 등 국내에서 주로 발견되는 뱀 대부분이 포획 금지 야생생물로 지정돼 있다. 소방대원이 출동해 뱀을 잡아도 살처분하지 않고 야산에 풀어 주는 것도 이런 이유다.
주택가로 서식지를 옮긴 뱀 중엔 독뱀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뱀을 만나면 신속하게 자리를 피하고 소방에 신고하는 것이 일단 최상책이라고 볼 수 있다.
박 연구관은 "도심에서 뱀을 발견하는 즉시 119에 신고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뱀에게 물린 경우 깨끗한 물로 해당 부위를 씻어내고 독이 몸으로 퍼지지 못하도록 상처 부위를 압박한 채 빠르게 응급실로 내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