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 위태롭다”... '오송 참사' 하루 전 신고에 119가 보인 반응 (+녹취 공개)

2023-07-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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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전날 붕괴를 예견한 119 신고 녹취록
소방당국 “예방 인력 없어, 관계기관 물어봐라”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하루 전, 충북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에 '제방이 무너질 것 같다'는 붕괴를 예견한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전날 119종합상황실이 '제방이 무너질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이하 뉴스1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전날 119종합상황실이 '제방이 무너질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이하 뉴스1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국회의원이 '119 종합상황실 신고접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 내용을 종합하면 신고자는 미호천교 신축 공사내용과 임시 제방 공사를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녹취록에는 15일 발생한 일명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건' 하루 전인 14일 오후 5시쯤 한 남성이 '재해 예방 신고가 가능하냐?'고 신고한 내용이 담겨있다. 잘 알려진 대로 해당 침수 사건으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신고자는 "미호천 교량 공사 현장 밑에 임시로 흙을 성토해 놓았는데, 차수막이나 이런 것을 안 대 놨다"며 "보니까 강물이 불어서 그 성토 안 밑단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거기가 허물어지면 조치원에서 청주 가는 교통이 마비되고 오송 일대가 다 물난리 날 것 같다"며 "상류에서 비가 안 오면 괜찮아도 비가 오면 그럴 것 같다"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다급한 신고에도 상황실 근무자는 "그렇게 되면 조금 위험해 보이긴 할 것 같은데, 아쉽게도 지금 전국에 우기가 좀 심하게 왔다. 출동 인력이 거기에 대처하고 있어서 예방 차원으로 갈만한 인력이 없다"고 답했다.

소방 당국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나서 신고자는 "어디에다 신고할지 몰라서, 관련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할 수 있지 않냐?"고 관할 기관 공조 요청을 소방에 부탁했다.

그러자 상황실 근무자는 "뭐 구청이나 이런데 한번 전화해 봐라"고 자치단체에 직접 얘기할 것을 권했다.

이에 신고자는 "제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그냥 물 들어오면 물 맞겠다"고 체념하며 통화도 종료됐다. 결국 이 신고는 종결처리 됐고, 상부에 보고되지 않았다.

다음은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전날 119 종합상황실 녹취록이다.

119종합상황실 : 119입니다.

신고자(남성) : 예, 재해예방 신고도 좀 가능한가요?

119종합상황실 : 재해예방이요?

신고자(남성) : 예, 예.

119종합상황실 : 어떤 내용이죠?

신고자(남성) : 아, 저기 미호천 교량 공사를 지금 하고 있는데요.

119종합상황실 : 네.

신고자(남성) : 거기에 기존 뚝방을 허물고 교각 공사를 했어요.

119종합상황실 : 예.

신고자(남성) : 근데 그 교각 공사 밑에 지금 임시로 흙을 성토해놨는데, 어떤 차수막이나 이런 거를 안 대 놨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건너오다 보니까 지금 강물이 불어서 그 성토 안 밑단을 지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거기가 허물어지면 여기 조치원에서 청주 가는 교통이 마비되고, 오송 일대가 다 물난리 날 거 같은데, 그 상류에서 지금 비가 안 오면 괜찮아도 비가 오면 그럴 거 같은데...

119종합상황실 : 선생님 지금 내용 들어보니까, 그렇게 되면 조금 위험해 보이긴 할 거 같은데, 아쉽게 지금 청주가 아니라 전국에 지금 우기가 좀 심하게 왔잖아요?

신고자(남성) : 예, 예.

119종합상황실 : 안 그래도 지금 출동 인력들이 다 지금 거기에 대처하고 있어가지고, 지금 거기 예방 차원으로 갈만한 인력이 없어요.

신고자(남성) : 아니, 저는 어디다가 신고할지를 몰라서 '관련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나' 해서요.

119종합상황실 : 뭐 구청이나 이런 데 한번 전화해 보시겠어요?

신고자(남성) : 아, 제가 할 일은 아닌 거 같고요. 그냥 물 들어오면 물 맞죠, 뭐. 수고하시고요.

119종합상활실 : 예.

home 권미성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