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으로 문 닫은 소아과 원장, 직접 등판했다 (ft. 사이다 결말)

2023-07-2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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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거부'로 소아청소년과 신고한 보호자
전문의 직접 등판해 “보호자 마음대로...”

최근 악성 민원으로 폐업을 선언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보호자 반박 글에 직접 등판했다.

직접 등판해 입장을 밝히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 / 온라인 커뮤니티
직접 등판해 입장을 밝히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 /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24일 폐업을 선언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직접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게재했다.

당시 전문의 A씨는 "그 병원 원장"이라며 당시 상황에 대해 "접수 직원이 '1년 전 내원한 아이고 보호자 없이 왔는데 잘 이야기도 못 하니 보호자와 함께 내원해 진료 보는 게 좋겠다'고 전화했다"고 알렸다.

이어 그는 "(직원이 보호자에게) '원장님 방침이 14세 미만은 응급상황일 경우에만 보호자 없이 진찰한다. 30분 정도 시간 드릴 테니 보호자로 오시면 바로 진료 볼 수 있게 해주겠다', '그러나 늦으시면 현장 접수 진료 시간에 접수한 아이들이 있으니 다른 환아에게 미안해서 (바로 진료를 보기엔) 조금 곤란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는 "그런데 보호자가 성질내고 안 온 상태"라며 "어제 진료 보고 오늘 (아이 혼자) 온 것이면 그래도 보호자 통화하고 융통성 있게 해 줄 수 있지만 한동안 저한테 진료받지 않았고 당일 보호자 없이 내원한 3-4학년을 어찌 아이 말만 듣고 진료할 수가 있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혹시 진료 당시와 귀가 후 증상이 바뀐다면 (저한테) 책임을 물어올 게 뻔한데, 그 상황에서의 최선은 보호자가 빠른 시간에 와주는 것"이라며 "보호자가 보호자의 의무와 최선을 택하지 않아 놓고 남 탓만 하는, 여기에 부화뇌동한 보건소 직원의 협박 아닌 협박에 이젠 소아 진료를 더 이상 하면 안 되겠구나 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나아가 A씨는 "일단 저 글은 보호자 마음대로 작성한 글"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임현택 페이스북 게시글 / 임현택 페이스북
임현택 페이스북 게시글 / 임현택 페이스북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임현택 역시 25일 해당 사안과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게재했다.

임현택 회장은 환아 보호자에 대해 "의사소통도 제대로 안 되는 9세 아이를 혼자 소아청소년과에 보내고 보건소 신고에 이어 또다시 맘카페에 거짓말까지 한 사람"이라며 "의사회 차원에서 아동학대 방임으로 형사 고발할 방침"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내 생각이 딱 저거다. 진료 봐주고 나중에 딴소리로 책임 물을 게 뻔한데 왜 봐 주냐", "애가 아프고 의사가 당장 오라는 데, 병원에 안 가면 부모 자격이 없는 거지", "보호자가 잠깐 시간 내서 병원 올 시간도 없던 건가. 자기 자식이 아프다는 데", "애가 열이 펄펄 끓는데 혼자 보내는 게 말이 되냐?", "이미 미성년자 진료하고 잘못된 판례가 있는데 어떻게 진료합니까", "소아과 의사 심정이 이해가 되네요", "대대적인 논란인데 남편은 무슨 죄"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해당 소아청소년과 공지문    / 이하 온라인 커뮤니티
해당 소아청소년과 공지문 / 이하 온라인 커뮤니티

한편 지난 20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게재하며 "아홉 살짜리 아이 혼자 진료받으러 왔길래 부모한테 전화하라고 했더니 부모가 보건소에 진료 거부로 신고했다고 한다"고 알려 놀라움을 자아냈다.

임현택 회장은 "후배는 소아청소년과가 잘 되는데도 불구하고 (병원을) 접고 아이들을 안 보는 일을 할 계획"이라며 "이 지역의 소아청소년과는 여기밖에 없다"고 강조해 안타까움을 더 했다.

당시 해당 게시글은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하며 논란을 불렀다. 이에 한 누리꾼이 공개한 해당 소아청소년과 공지문에는 "최근 9세 초진인 OOO 환아가 보호자 연락과 대동 없이 내원하여 보호자 대동 안내를 하였더니 이후 보건소에 진료 거부로 민원을 넣은 상태"라며 "보호자 없는 진료에 대해 의사의 책임을 물은 법원 판례가 있으며 진료에 보호사 대동은 아픈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병원 측은 "환아의 안전을 위한 운영 지침에 대한 보호자의 악의에 찬 민원에 그간 어려운 상황에도 소아청소년 진료에 최선을 다한 것에 회의가 느껴진다"며 "더는 소아에 대한 진료를 지속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환아 보호자로 추정되는 이가 남긴 게시글
환아 보호자로 추정되는 이가 남긴 게시글

하지만 해당 논란을 만든 보호자는 한 맘카페에 '논란의 미성년자 진료 거부 맘카페 항변글'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게재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이가 학교에서 열이 올라온다고 연락해서 '하교 후 병원 예약할 테니 혼자 병원에 갈 수 있냐'고 물어봤고, 아이가 동의해서 자주 다니는 소아청소과에 예약을 해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병원에서 '만 14세 이하는 보호자 없이 진료를 볼 수 없다'며 돌려보냈다"라며 "5분 내로 오실 수 있냐고 해서 퇴근 시간 때문에 안되니 순서를 바꿔 달라고 했는데, 다른 부모님 때문에 안 된다며 거절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결국 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에게 간 후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았다"라며 "절 보는 순간 아이가 아프다며 펑펑 우는데 속에서 천 불이 나더라. 열이 39.3도나 나왔다"고 울분을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작성자는 "보건소에 민원을 넣어야 할 것 같다. 경험 있는 다른 분들 알려 달라"며 말을 마쳤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소아청소년과 자료 사진 / 뉴스1
소아청소년과 자료 사진 / 뉴스1
home 강민선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