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병 안장식에서 끝내 떠나지 못하고 한참 바라본 '90세 노인' 정체
2023-07-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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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고 채수근 상병
“꼭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다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이 영원한 영면에 들었다.
지난 22일 채 상병 영현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됐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해병대 관계자들과 유가족이 자리한 이곳에 머리가 새하얀 한 노인이 눈에 띄었다.
해병대 63기 박종옥(90) 씨와 그의 동생 박종호 씨다. 국가유공자인 박종호 씨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어 불편함 몸을 이끌고 왔다"고 했다.
형 박종옥 씨는 "아우가 꼭 좀 보고 싶다고 해서 자양동에서 출발해서 왔다"면서 "젊은이가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대전현충원까지는 차로 2시간 30분쯤 소요된다.
박 씨 형제는 안장식이 끝나고 난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채 상병이 안치된 곳을 한참 바라봤다고 한다.
채 상병의 마지막 가는 길, 이날도 비가 내렸다.
안장식이 거행되자 채 상병의 할아버지는 "아이고, 이놈아"라는 말만 되뇌며 눈물을 쏟았다.
채 상병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사진을 연신 어루만지며 "못 보낸다. 내 아들,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오열했다. 아들의 동기를 꼭 안고 토닥여주며 눈물을 흘렸다.
채 상병 아버지는 "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했다.
채 상병은 결혼 10년 만에 시험관 시술로 얻은 금쪽같은 자식이었다.
유족과 친지들은 슬퍼하며 채 상병의 영현을 흙으로 감싸 안아줬다. 한동안 흙으로 덮인 채 상병의 묘를 떠나지 못하고 어루만졌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채 상병은 전북소방본부에서 27년 근무한 소방대원의 외아들로, 결혼생활 10년 차 되던 해 시험관 수술로 얻은 외동아들이다. 전북 남원이 고향으로 대학에 다니다가 1학년을 마친 뒤 올해 3월 해병대에 입대했고 올해 5월 1사단으로 전입했다.
국방부와 해병대는 순직 장병을 예우하기 위해 일병에서 상병으로 한 계급 추서 진급시켰고 순직 결정과 함께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