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도와달라…” '서초 교사 추모 사진'에 학부모 문자 받은 공무원, 도움 요청했다
2023-07-2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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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에 추모 사진 올리자 학부모가 항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도움 요청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추모 사진을 올렸다가 학부모에게 항의 문자를 받은 공무원 B씨가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남겼다.
지난 2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한 번만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작성한 B씨는 “앞서 프로필로 추모 사진을 했다가 학부모에게 항의 문자를 받았던 당사자다. 제가 여러 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고 하셔서 한 번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글을 작성한 이유를 밝혔다.
B씨는 “저는 문자를 보낸 분을 모욕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욕을 하지도, 저주하는 말을 하지도 않았다. 저는 특정 지역을 겨누지도 않았고, 제 의견, 제 생각만 이야기했다. 이럼에도 저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이 되냐”며 고소를 걱정하는 글을 남겼다.
앞서 B씨는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추모의 뜻을 담은 검은 리본 사진을 프로필로 바꿨다가 학부모에게 받은 문자를 공개했다.
B씨가 공개한 문자에는 “선생님이 바꾼 프로필 사진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 어린데 선생님 행동 하나하나가 다 영향을 준다는 거 아시죠?, 아직 사실관계도 판명 나지 않은 일로 이렇게 추모한다는 걸 드러내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연락드린다.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으니 언급 자제 부탁드린다”라는 학부모의 문자 내용이 담겼다.
문자를 공개한 B씨는 “이게 학부모다”라며 “카톡 프로필 추모 사진으로 바꿨는데 바로 문자 오네, 추모하는 마음도 표시하면 안 되냐, 언급할 생각도 없었다. 보호자님”이라며 덧붙였다.
이후 해당 글에 다른 직장인들이 “관련 뉴스가 떴다”며 댓글을 남기자 B씨는 “뉴스 보고 식겁했다. 이렇게 된 거 떳떳하게 나가겠다. 교무실로 방금 전화가 왔는데 다행스럽게도 관리자께서 저의 편을 들어주셨다. 전 잘못한 것이 없다”며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글을 남긴 B씨는 21일 "제 글과 뉴스를 보고 여러 선생님께서도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으시다는 메세지를 주셨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올리지 말라는 거다"라며 "자문 결과 처벌은 받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이미 저희 지역 맘카페에서는 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저는 올해를 마치고 지역을 옮길 예정이다. 만약 계속 저를 괴롭히면 2학기 병가도 생각 중이다. 이 글을 올린 걸 후회하지는 않지만 다시 이런 글을 쓰겠냐고 물으신다면 잘 모르겠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선생님께서도 전화를 받았다는 것만 알아달라"며 답변을 남겼다.
한편 서이초 측은 지난 20일 “돌아가신 선생님은 2022년 3월에 임용된 신규 교사였지만 맡은 바 소임에 대해 열정을 보여줬으며 아침 일찍 출근해 학생과의 하루를 성실히 준비하는 훌륭한 교사였다”며 “고인의 담당 업무는 학교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였으며 해당 학급에서는 올해 학교폭력신고 사안이 없었다. 모든 교직원은 고인의 사인이 정확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 중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21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고인의 사인이 개인적 사유에 있다는 일부 보도 내용이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짊어져야 할 고질적인 문제를 전혀 짚고 있지 못한다는 점에 개탄한다”며 해당 학교에서 근무했던 교사들의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조합이 공개한 제보에 따르면 202n년 학교폭력을 담당했던 A교사는 학교 폭력 사안 처리 당시 한 학부모가 “나 OO 아빠인데 나 뭐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라고 했던 말을 증언했다. B교사는 2022년 3월부터 서이초에 저경력 교사 5명이 근무 하였으며, ‘경력이 있었던 나도 힘이 들었는데 저경력 교사가 근무하기에는 매우 힘든 학교였다’고 말했다. 2023년 고인과 같은 학년 소속은 아니었으나 같이 근무했던 C교사는 고인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고인이 매우 힘들어 했다고 증언했다. 이 외에도 ‘학교 차원에서 함구하라’는 증언도 받았다. 노조는 유족을 비롯한 전국의 교사 등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진상 규명을 위해 철저한 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