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별점 5개에 20줄 넘는 리뷰 남기는 단골, 차라리 안 시켰으면 좋겠습니다'

2023-07-19 15:33

add remove print link

음식 조리 시간부터 밑반찬 배치까지 상세하게 요청한다는 단골
“다른 가게 사장님도 그분이 주문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하더라”

정성스러운 장문의 피드백에 별점 5개까지 주는 단골에 대한 음식점 사장의 고민이 화제가 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Rostislav_Sedlacek-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Rostislav_Sedlacek-shutterstock.com

지난 7월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리뷰에 별 다섯 개 주는데도 기분이 나쁘면 어쩌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각종 갑질, 민폐 손님을 항상 상대해야 하는 음식점 사장에게 단골은 힘이 되는 존재다. 음식에 만족하고 지속해 가게를 찾아준다는 사실은 큰 응원이 된다.

하지만 모든 단골이 힘이 되는 건 아니다. 글쓴이의 단골은 요청 사항이 굉장히 자세하고 매번 음식에 대한 장문의 피드백을 남긴다.

그러나 글쓴이가 단골의 주문을 거부할 수 없는 이유는 후한 평점 때문이다. 단골은 매번 혼내는 말투로 음식에 대한 지적을 20줄 이상 남기면서도 별점 5개를 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쓴이는 "한 달에 3, 4번 정도 시켜주시는 단골 아닌 단골분이 계신다. 그런데 그분이 저희 가게 안 시켜주셨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려운 시국이라 괜히 말 잘 못했다가 우리가 갑질하는 걸로 비치거나 다른 손님까지 떠나가실까 봐 걱정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분은 일단 요청사항이 굉장히 길고 자세하다. 돈 안 내고 뭔가를 추가해 달라는 그런 요청은 없지만 음식 조리하는 시간부터 간, 밑반찬의 배치 등 아주 상세하게 요청하신다"라며 "좋은 마음으로 우리 가게 매출을 올려주시는 고객님이니 이 정도 요청사항은 충분히 들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꼼꼼히 보고 원하는 대로 다 해드려도 항상 리뷰는 20줄 이상 장문으로 혼내는 듯한 리뷰를 달아주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근데 별점은 또 다섯 개 주신다는 거다. 아주 가끔 별 네 개 주실 때도 있지만 그분이 남긴 리뷰를 쭉 보면 다른 가게에도 저희 가게처럼 혼내는 말투로 장문 리뷰와 별 4~5개를 줬더라"라며 "본인 자신도 본인 입맛이 예민하고 까다롭다고 말씀하신다. 다른 가게 사장님들 댓글 보면 그분한테는 엄청나게 긴장해서 댓글 다는 게 보인다. 어떤 사장님은 '오늘은 만족시켜 드리려고 애썼는데 만족하셨다니 온 직원들이 감동하고 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또 "그분이 배달도 엄청나게 자주 시켜 드시는 분 같고 포장도 자주 하신다. 한 가게가 마음에 들면 그 가게에 한 달에 3~10번 주문할 정도로 단골이 되시는 것 같더라. 근데 단골집에도 리뷰 다실 때 구구절절 불만 사항과 함께 혼내는 말투의 장문 리뷰를 남기신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제 입맛이 까다로워서 그래요'로 끝내신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마음이 좁고 장사할 마인드 장착이 안 된 건지 이제 이분 주문이 들어오면 스트레스부터 받고 리뷰에는 또 무슨 말을 할까 싶어서 긴장된다"라며 단골이 실제로 남긴 리뷰 내용을 공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합성 사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 MS Bing Image Creator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합성 사진.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 MS Bing Image Creator

단골이 남긴 리뷰들은 대략 이렇다.

"묵은지가 새콤한 것 같으니 다음에 김치 담글 때는 새우젓을 더 넣으세요. 설탕이랑 소금을 더 넣고 김치를 담그고 찬물에 빡빡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 다음에 주셔야 합니다", "주먹밥에 밥이랑 참치 많이 주신 건 감사한데 마요네즈 양이 너무 많았어요. 마요네즈를 아빠 숟가락으로 두 숟가락을 넣어야 딱 맞는 양입니다. 개선이 필요해 보이네요", "음식 퀄리티가 다 좋은데 피클이 수제가 아니라 아쉽네요. 피클까지 수제면 이 집의 퀄리티가 더 좋게 느껴질 테니 보완해 주세요."

"집 근처라 포장하러 갔는데 사장님이 저를 보고 뛰어나와서 인사해 주셔서 너무 감동했어요. 저는 친절을 중요시하는데 사장님이 친절해서 좋아요. 그런데 스무디는 덜 달게 하셔야겠어요. 너무 달면 맛이 없거든요. 요즘 카페들 다 저당 시럽으로 바꾸던데 개선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포장 봉투를 너무 꽉 묶으셨어요. 이러면 풀기 힘들어요. 그리고 밑반찬이 맛이 별로네요. 소금으로 간하지 말고 들기름으로 간을 하셔야죠."

글쓴이는 "그동안 시켜주신 거 감사해서 요청사항도 다 들어드리고 서비스도 잘 드렸다"라며 "근데 이제는 안 시켜주셨으면 좋겠다. 저희 가게보다 그분한테 더 쓴소리 많이 듣는 다른 가게 사장님도 그분이 주문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하시더라. 그렇게 지적 많이 하시면서 왜 그 식당에서 여러 번 시키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의아해했다.

그러면서 "별 하나 주면 그걸로 문제 삼아서 시키지 말라고 하겠는데 늘 장문 피드백에 별 다섯 개를 주시니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민사장님광장'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곤란한 손님 1위는 '당당하게 사이드 메뉴 서비스 요청하는 경우'다.

2위는 '레시피 무시하는 과도한 맛 변경 요청'(21.2%), 3위는 '2인분 같은 1인분 요청'(14.9%)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지난 2021년 정의당 6411 민생특별위원회에서 실시한 '배달앱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배달앱 이용 자영업자 중 '리뷰와 별점이 매출에 영향을 준다'라고 답한 비율은 74.3%를 차지했다.

home 한소원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