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준대도 '물막이판' 설치 거부한 침수 위험 아파트들, 이유가…
2023-07-1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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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막이판 설치 거부한 침수 위험 아파트
설치비 부담·아파트 집값 하락 우려 때문
침수 위험이 있는 서울 시내 일부 아파트가 안전상 설치가 권고된 물막이판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설치 비용 일부를 주민이 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면서다. 물막이판을 설치하면 침수 위험지역으로 비쳐 아파트값이 떨어질 거란 우려도 여기에 한몫했다.
서울시가 지정한 '침수 위험 아파트 단지' 82곳 중 8곳(전체 10%)이 물막이판 설치를 거부해 지원이 무산됐다고 19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시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10년간 침수 이력이 있는 지역에 위치하거나 실제로 침수가 된 아파트 단지 82곳을 파악, 지하주차장 물막이판 설치를 권했다. 2000만 원 한도 내에서 한 단지당 최대 50%까지 설치비를 보조해 주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폭우로 경북 포항시 아파트의 한 지하 주차장을 비롯 전국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해 여럿이 목숨을 잃은 만큼, 시가 사고 예방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에 지원 대상에 선정된 아파트 단지 60여 곳은 지난 16일 이미 설치를 마쳤고, 14곳 역시 지원금을 받아 설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양천구, 강동구 등에 있는 아파트 단지 8곳은 물막이판 설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설치 비용 일부를 주민이 부담해야 한다고 하자, 이에 반대한 것이다.
설치를 거부한 강동구의 한 아파트 관계자는 "비교적 저렴한 탈착식 물막이판도 주민들이 비용을 일부분 부담해야 해서 (설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았다"며 "'침수 (아파트) 단지로 낙인찍혀 집값에 영향을 미치면 어떡하느냐'는 민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전문가들은 '안전불감증이 드러난 단적인 사례'라며 경각심을 한층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예전과 전혀 다른 패턴으로 내리는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해선 현재 시점에 피해가 없을지라도 과하리만큼 재해 방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아파트 단지는 사적 공간이지만 사고가 일어나면 공적 이슈로 대두되는 만큼 어느 정도 공공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막이판 설치를 거부하는 단지를 대상으로 시나 정부가 계속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 교수도 "(물막이판) 설치·유지 비용, 사회적 시선 등 설치를 꺼리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안전에 대한 개인의 의식과 역할이 특히 중요한 시대"라며 "안전에 대한 공적인 노력과 개인의 노력이 함께 가야 재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