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N' 세계 최초 공개... 차쟁이들은 왜 이렇게 이 차에 열광할까 (영상)
2023-07-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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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출력 650마력에 최대 토크 78.5kg.m, 제로백 3.4초에 최고 속도 260km
운전 재미 살리기 위한 다양한 신기술과 배터리 열제어를 위한 신기술 적용
매년 영국에서 열리고 있는 전 세계적인 자동차 축제가 있다. 영국 웨스트 서식스에 위치한 굿우드 하우스에서 열리는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Goodwood Festival of Speed)가 그것이다.(이하 굿우드 페스티벌)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스포츠카와 클래식카, 레이싱 머신이 힐클라임을 달리는 그야말로 축제이지만, 자동차 브랜드에게는 치열한 전쟁터다. 특히 고성능 자동차를 생산하는 브랜드는 이곳을 통해 콘셉트카와 신차 등을 선보인다. 굿우드 힐클라임을 내달리며 관중과 인터넷을 통해 보고 있는 이들에게 브랜드와 자동차의 이미지를 각인 시켜야 한다.
13일, 그런 굿우드에서 크게 주목 받은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현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중차 브랜드인 현대는 굿우드와 연관성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굿우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영상의 채팅창에는 한국인 뿐만 아니라 현대의 순서를 기다리는 외국인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기다리는 차는 단 한 대였다.
현대자동차의 일곱 번째 N이자 전동화 모델 최초의 N인 아이오닉5 N이 그 주인공이었다. 3개의 티저 영상을 통해 전기차임에도 내연기관 모델의 향수를 자극하는 인공적인 기어 변속 시스템과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 뛰어난 열관리를 보여줬던 현대차는 마지막으로 굿우드 페스티벌을 통해 이 차를 공개할 것임을 암시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본지는 글로벌 공개에 하루 앞서서 아이오닉5 N을 미리 만나볼 수 있었는데, 과연 이 차가 가진 기능들이 어떻길래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는 것인지 한번 살펴봤다.
1. 대중 브랜드에서 만든 전기차 중 가장 높은 성능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이 차량의 제원을 살펴보면 듀얼 모터가 채택되었으며 합산 최고 출력은 650마력(부스트 모드 기준), 최대 토크는 770Nm(78.5kg.m, 부스트 모드 기준)이다. 부스트 모드를 쓰지 않아도 609마력, 740Nm(75.5kg.m)이라는 최대 출력과 최대 토크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4초만에 주파할 수 있고 최고 속도는 260km/h다. 높아진 성능에 맞춰 기존 아이오닉5에 적용되던 77.4kWh 배터리 대신 84kWh 배터리를 적용했다. 최대 출력과 토크만 놓고 보면 포르쉐 타이칸GTS를 넘어 타이칸 터보와 맞먹는 성능이다. 아이오닉5 N의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조금 50% 지급 기준인 8700만 원 밑에서 가격이 시작할 것이라는 보도부터 1억 원 정도 될 것이라는 추측까지 소문이 무성하다. 참고로 포르쉐 타이칸 터보의 시작 가격은 2억 1천만 원 정도에 달한다. 아직 전기차 시장에서 고성능의 스포츠 성향을 내세우는 차량이 그렇게 많지 않고, 그런 차량들도 대부분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동차다. 그렇기에 아이오닉5 N은 국산차이면서도 대중 브랜드의 자동차로서 비교적 접근성이 좋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 운전의 즐거움을 위해 도입된 신기술
자동차는 참 어려운 제품이다. '빠른 차'라고 해서 무조건 '재미있는 차'가 아니라는 사실은 전기차가 세상에 나오며 알려지게 됐다. 분명히 빠른데 엔진 소리도 안 들리고 변속도 필요없다. 현대는 이 부분을 공략했다. 전기차에는 변속기가 필요없지만 아이오닉5 N에는 N e-쉬프트(N e-Shift)라는 가상 변속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모터 제어를 통해 내연기관 차량의 변속 느낌을 제공하며 일정 부분 변속 충격과 같은 느낌까지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진 것이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N Active Sound +)다. 엔진 회전수를 조정하는 변속이라는 행위가 추가됨에 따라 그에 맞는 엔진 소리를 차에 넣은 것이다. 내연 기관 N의 사운드를 담은 '이그니션' 모드와 전기차를 표현하는 듯한 전자 사운드 '에볼루션', 전투기의 소닉붐 소리를 모티브로 한 '슈퍼소닉'까지 3가지 종류이다.
기존에는 평범한 도로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회생 제동으로만 운전할 수 있던 '원 페달 드라이브'의 개념을 서킷으로 옮긴 N 페달(N Pedal)은 0.6G의 회생 제동을 만들어낸다. 전후륜의 구동분배 비율을 적절하게 조정하고 모터의 응답성을 높여 신속한 하중이동을 만들어낸다. 덧붙여서 물리적인 브레이크의 피로도를 줄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굿우드 페스티벌 생중계를 통해 아이오닉5 N의 데뷔를 접했다면 '어떻게 저렇게 드리프트를 할 수 있지?' 궁금했을 것이다. 초보자들도 비교적 쉽게 드리프트를 할 수 있는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N Drift Optimizer) 역시 새롭게 도입됐다. 선회 시 후륜 모터에 구동력을 우선 배분해 실제 조향하는 목표보다 안쪽으로 머리가 돌아나가는 오버스티어를 유도하고 탈출 시에는 구동력을 전륜에 적절히 배분해 빠른 탈출을 돕는다. 조금 더 숙달 된 운전자라면 N 토크 디스트리뷰션(N Torque Distribution)을 사용할 수도 있겠다. 11단계로 나뉘어져 있는 전륜과 후륜의 구동력을 운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다.
3. 그럼에도 뛰어난 열 관리 능력
전기차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배터리의 발열 관리다. 스마트폰을 통해 게임을 오래하거나 유튜브 시청을 오래 하면 스마트폰의 뒷면이 뜨거워지는 것 처럼 전기차도 고출력 상태를 오래 유지하면 배터리의 발열이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이런 발열은 차량의 성능을 저하시킨다. 그래서 흔히들 전기차로는 22km나 되는 독일의 서킷,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를 2바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아이오닉5 N의 세 번째 티저 영상을 보면 노르트슐라이페 1바퀴를 전력으로 돌고도 배터리 온도는 42도를 마킹한다. 엔지니어들은 2번째 바퀴를 주행하자고 이야기한다. 많은 이들이 놀란 대목이다. 실물로 만났을 때도 전면부에서 열 냉각을 위한 공기 흡입구의 면적이 상당히 커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모터와 배터리에 강화한 냉각 장치를 배치했다. N 배터리 프리컨디셔닝(N Battery Preconditioning)기능을 통해서 단거리에 최적화된 배터리 예열과 장거리에 최적화된 배터리 냉각 등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췄다.
4. 하지만 결국 N이 추구하는 것은 '일상의 스포츠카'
이른바 '잘 달리는 자동차'는 대부분 일상 영역에서는 불편하다. 작고 시끄러우며 편의 사양도 대부분 빠져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 본 아이오닉5 N은 그렇지 않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거친 움직임에서도 몸을 잘 잡아줄 수 있는 N 라이트 버킷 시트가 적용되었고 공간감과 활용성을 위해 뚫려있던 대시보드 하단의 공간에는 거대한 센터콘솔이 자리 잡았다. 격한 코너링에서 허벅지로 몸을 지탱할 수 있게 일부러 만들었다고 한다. 2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주행 중 최대한 손을 놓지 않도록 각종 기능 버튼이 들어간 4스포크 스티어링 휠로 교체됐다. 하지만 2열은 큰 변화가 없었다. 시트의 재질이 알칸타라로 바뀌었을 뿐, 리클라이닝, 폴딩, 심지어 기존 모델과 동일하게 슬라이딩까지 지원된다. 열선 시트까지 적용되며 창문에는 수동식 커튼까지 달려있다. 트렁크 공간도 기존 모델과 같이 광활하며 천장에는 글라스 루프까지 적용되어 있다. 물론 BMW의 M모델과 같이 카본으로 만들어진 루프를 얹는다면 경량화와 무게 중심에 유리하겠지만, N은 '일상의 스포츠카' 정신을 앞세운다. 앞서 설명했던 N e-쉬프트와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를 전부 끈다면 변속 충격도 없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기존의 아이오닉5와 비슷한 자동차가 되는 것이다. 한 가지 달라졌다면 프렁크가 사라지고 차체의 강성 유지와 고성능을 위해 새로운 장치들이 배치되었다는 것인데, 가방 하나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프렁크를 내어주고 650마력을 얻었으니 수지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아이오닉5 N 월드 프리미어 공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운전해봤어요. 재밌어요"라고 밝히며 "직접 해 봐야 재미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옆에 타보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그저 부스 안에 세워진 차를 1시간 정도 살펴본 것만으로도 '이거 작정하고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차는 운전의 재미에 진심인 연구진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스티어링 휠 가운데에 박힌 N로고가 그것이다. 지금 현대자동차는 스티어링 휠 가운데에 있는 현대 앰블럼을 오히려 삭제하고 있는 추세다. 그 자리에 조금 더 운전자에게 필요한 것을 배치하자는 의도다. 그런 와중에 아이오닉5 N의 스티어링 휠 가운데에는 N로고가 들어갔으니 엄청난 상징성을 내포하면서도 이 차에 대한 기술진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더욱 정의선 회장이 한 이야기에 공감이 된다. 행사장을 나오면서 나왔던 혼잣말이 이것이었다. '아, 이건 진짜 타보고 싶다.'
아이오닉5 N은 아직 공식적인 출시 일정과 차량 가격에 대해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