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설에서… '치사율 최고 76%' 치명적인 질병 집단 발병 (경기)
2023-07-0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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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 뒤늦게 알리고 입소자 재발 수술 보호자 허락 없이 진행
시설 “한 입소자가 주사기로 다른 입소자 찔러 발병해”
경기도 한 장애인시설 입소자들이 치사율 최대 76%에 이르는 피부 괴사 질병에 걸렸다.
경기 안성시 장애인 시설에서 입소자들이 집단으로 괴사성 근막염에 걸렸다고 YTN이 6일 단독 보도했다. 이 사건은 괴사성 근막염 집단 발병이 있은 지 7개월 뒤에야 보호자 신고로 지자체 등 외부에 알려졌다.
매체에 따르면 해당 시설은 이 사실을 보호자들에게 뒤늦게 전달했을 뿐 아니라 입소자의 재발 수술을 진행할 때도 보호자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해당 시설에 거주하던 지적장애 1급 30대 A씨는 균이 피부 조직과 장기에 침투하는 괴사성 근막염을 진단받았다. 이 질병은 감염 부위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원인은 알코올 중독, 말초혈관질환, 간질환, 신결석, 신부전, 감돈헤르니아, 치아감염, 사슬알균 인두염, 정맥주사 남용자, 노인, 비만, 흡연, 면역 저하, 당뇨, 암 환자 등 다양하다. 특히 주사침 자상 등 피부에 상처가 생기는 경우에도 발생 위험이 커진다. 사망률은 29%~76%까지 보고되고 있다.
A씨 보호자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A씨가 이미 패혈증까지 진행돼 생명이 위독해진 뒤였다. 현재 A씨는 두 차례의 수술로 휠체어에 의지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A씨 보호자는 "(시설 연락받고 가보니) 패혈증이 이미 진행됐었다. 염증 수치가 33이었다. (의사는) '지금 이 아이는 잘못하면 죽는다. 너무나 위험한 상태'라고 했다"라고 매체에 밝혔다.
문제는 해당 시설에서 괴사성 근막염에 걸린 입소자가 A씨가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해당 시설에서는 지난해 1월 2명을 시작으로 1년간 11차례나 발병이 이어졌다. A씨가 감염된 지난해 7월에는 5명이 동시에 감염되기도 했다.
같은 병으로 세 차례나 수술을 받은 입소자도 있었다. 시설은 이 입소자가 병의 재발로 고름을 빼기 위한 허리 절개 수술을 할 때 보호자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보호자가 시설로부터 들은 설명은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보인다는 말뿐이었다.
이후 보건소는 역학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원인을 찾지 못했다. 보건소 의뢰를 받은 감염내과 전문의는 집단발병이 가능한 전염병이 아니어서 구타로 인한 감염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전문가의 자문이 나오자 시설은 결국 지난 4월 입을 열었다. 시설은 한 입소자가 밖에서 가져온 주사기로 다른 입소자를 찔러 집단 발병이 일어났다고 공지했다.
시설은 구체적인 발병 원인을 묻는 매체에 "은폐할 뜻은 없었다"라면서도 공식 답변은 거절했다.
경기도 장애인 권익옹호 기관은 입소자들 집단 발병 과정에 방임이 의심된다고 판단해 지난달 시설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또 경기 안성시의회는 주무 부서와 시설을 찾아 입소자의 안전을 살피는 긴급 점검에 나섰다.
매체에 따르면 2005년부터 운영된 이 시설은 지난달 자진 폐쇄하겠다고 지자체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성시는 현재 시설에 대한 행정 처분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