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준위 내 속박상태' ... 음향+탄성 결합에서도 가능
2023-07-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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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CH 노준석 교수팀, 진동 집속과 에너지 저장소 연구를 위한 물리 현상 규명
[포항=위키트리] 황태진 기자 = A와 B, 두 사람이 양쪽에서 줄을 잡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A가 줄을 위아래로 흔들어 파동을 만들면 그 파동은 B에게 전달된다.
만약 두 사람 사이에 서 있던 또 다른 사람 C가 줄의 파동과 비슷한 주파수로 손을 흔들면 줄의 파동이 B에게 전달되지 않고 A에게 되돌아갈까?
언뜻 생각하면 C는 A와 B 사이에 있는 줄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완벽한 거울처럼 파동을 100% 반사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이는 충분히 가능한 현상이다.
물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연속준위 내 속박상태(bound state in the continuum, 이하 BIC)’라 한다.
BIC는 양자역학 분야를 비롯해 광학과 반도체, 나노 광학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이용하면 빛(광자)이 나아가지 못하게 가둬둘 수 있고, 고감도 센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
그런데, BIC 현상과 관련된 연구는 대부분 나노미터(nm) 단위의 아주 작은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눈으로 볼 수 있는 구조체를 이용해 이런 현상을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기계공학과 · 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이동우 · 박정훈 · 김석우 씨 연구팀은 음향과 탄성을 결합한 구조체를 이용해 이런 현상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역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학술지인 ‘Extreme Mechanics Letters(익스트림 메캐닉 레터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음향’과 ‘탄성’에 의한 BIC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설계했다.
막대기 모양의 탄성 바를 제작한 후, 가진기(shaker)를 이용해 탄성 바가 진동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탄성 바의 특정한 위치에 공기를 주입해 음향과 탄성 간의 결합 효과를 발생시켰다.
탄성 진행파의 주파수가 음향 구멍에서 생성된 공진 주파수와 비슷해질 때, 상호작용이 강하게 일어나면서 진행 중인 탄성파를 모두 반사했다.
즉, 이런 현상에 있어 탄성파가 앞으로 나아갈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거울에 부딪힌 것처럼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가 특정 공간에 무한히 속박된 것이다.
BIC 현상과 관련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탄성과 음향을 결합해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를 이끈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음향과 탄성 결합 효과를 바탕으로 진동 집속과 에너지 저장소로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며, “특정 주파수를 거르는 필터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수확(Energy harvesting)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에 활용될 것이다“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